기자재 국산화 15%에서 38년만에 87%로
中企 손잡고 미래 에너지 시대 도약 준비
中企 손잡고 미래 에너지 시대 도약 준비
◇"수입 의존 안 된다"…기술 자립 나서
비결은 무얼까. 1990년대 초 가스공사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국산화 개발 도전'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외산 기자재에만 의존하던 관행핵심 기자재인 가스필터와 가스히터가 1차 목표였다. 원일 T&I라는 중소기업과 손잡고 시작한 이 도전은 놀라운 성공을 거둬 현재 가스공사가 설비에 활용 중인 가스필터의 95%, 가스히터의 79%가 국산 제품이다. 원일 T&I는 해당 제품들을 싱가포르, 요르단, 알제리 등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재액화기, 연소식 기화기(SCV) 등 가스분야 주요 설비들의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 주요 플랜트 프로젝트에 다량 수출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1996년 초저온 피팅류, 2002년 초저온 밸브류, 2014년 멤브레인 탱크, 2019년 공기식 기화기 등 끊임없이 새 영역에 도전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과 중소기업과의 끈끈하고 탄탄한 협력이 토대가 됐다.
대구 이전 10주년을 맞은 가스공사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성과 중 하나는 지역 기업들과 이뤄낸 대구경 볼밸브 국산화다. 대구경 볼밸브는 천연가스 흐름을 제어하기 위한 핵심 설비로 전수 외산 기자재에 의존해왔다. 가스공사는 화성밸브, 금강밸브 등 대구 소재 지역기업과 함께 도전에 나섰고, 수년간의 실증시험 끝에 결실을 맺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국산 볼밸브 구매 비중이 2020년 3.1%에서 2024년 64.9%로 눈부시게 뛰었고, 5년 동안 외산 대신 국산 볼밸브 구매로 114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창출했다. 자사 시설을 테스트베드로 개방하고, 기술 컨설팅과 정비 인력을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의 성공을 위해 자원을 아낌없이 제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또 하나의 값진 성과를 거뒀다. 성일에스아이엠과 2013년~2024년 꾸준한 기술협력을 해 6인치 천연가스 정압설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외산 대비 조달 금액은 40%, 조달 기간은 33% 단축시키는 효과가 예상된다. 가스공사는 2인치, 4인치 정압설비로 개발 분야를 확대하며 담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K-테스트베드로 국산화의 꽃 만개
특히 가스공사의 국산화 노력이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진 점이 주목된다. 2024년에 한일하이테크는 초저온 볼 베어링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과거 평균 매출액의 50%가 넘는 추가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씰시스템은 초저온펌프 정비부품 4종 국산화에 성공해 외산 대비 64%의 조달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샘찬에너지는 수소충전소 충전노즐 국산화에 성공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외산 대비 38%의 비용 절감이 전망된다.
가스공사는 2023년 11월 고부가가치 핵심설비인 '초저온 LNG 펌프' 국산화를 위해 현대중공업 터보기계와 손을 잡았다. 영하 163도의 LNG를 이송하기 위해 사용되는 이 펌프는 국내 기술로 개발에 성공했지만, 현장 운영 기록이 없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가스공사는 K-테스트베드 사업의 일환으로 평택 LNG 생산기지를 개방하는 결정을 내렸다. 1년 6개월 동안 현대중공업 터보기계에 시험 환경을 제공하고 실증지원비를 지원해 상용화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40년간 축적된 평택기지의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을 전수하며, 국산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LNG 펌프 설비 국산화가 성공하면 LNG 수송선, 국내 LNG 생산기지와 해외 LNG 액화기지 등 초저온 분야 연관 사업으로 확장되면서 중소기업의 매출증대는 물론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가스공사는 이제 부품 국산화에 더욱 역량을 집중한다. 현재 부품 국산화 대상 품목 1346개 중 766개의 국산화를 완료했으며, 특히 펌프나 압축기 등 회전기계 유지보수에 필요한 정비부품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 수소 등 미래 에너지 분야로도 눈을 돌렸다. 이미 수소충전소 충전 노즐 등 핵심 품목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수소· 벙커링·냉열 등 가스공사가 추진하는 신사업 분야에서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15%에 불과했던 국산화율이 87%까지 올라온 것은 중소기업과 함께 이뤄낸 기적"이라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를 굳건히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신용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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