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을 군사적으로 돕는데 관세는 美의 4배" 주장
조선·알래스카 가스관 등 협력 분야 거론은 긍정적 부분
조선·알래스카 가스관 등 협력 분야 거론은 긍정적 부분
향후 한미간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관세 등의 이슈와 함께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 분담액)의 대폭 인상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행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국가가 우리가 그들에 부과한 것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매우 불공정하다"고 서론을 꺼낸 뒤, 인도와 중국 사례를 거론했고, 뒤 이어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해봐라. 4배나 높다.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방이 이렇게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한국의 관세가 미국의 4배라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다.
한국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역파트너 중 무역적자액 '톱 10' 안에 포함돼 있다.
한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등에 이어 무역흑자 8위에 올라 있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지난해 557억 달러(약 8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어 절대 다수 품목에서 서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편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부가가치세를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가 한국과의 무역 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을 거론한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때로는 경제에 있어서 적성국보다 미국에 더 나쁘다"는 주장을 해오며 주로 유럽을 사례로 들었다. 그런데 이날은 한국을 꼽은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앞으로 경제와 안보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공산이 커졌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2일로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에서 한국에 높은 세율을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상호 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만큼 부과한다는 취지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관세는 물론 정부 보조금과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들도 감안해서 상호관세율을 책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관세 등 경제 이슈와 함께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및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인한 정상 외교 부재 속에 있는 한국이 큰 틀에서 정상간 정치적 타결을 모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연설의 내용이 한국에 전적으로 불리한 요소만 있었던 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개발 참여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거론했고, 백악관에 조선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이 분야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한국에는 긍정적 요소로 볼 여지도 있다.
또 미중 전략경쟁에서 결정적 의미를 갖는 조선 분야의 협력은 한국의 강세 영역(조선)에서 한미 안보 및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한편,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이나 미사일 개발문제나 세 차례 만남을 가졌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 등 북한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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