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사모펀드 운용사 MBK
무리한 인수로 경영악화 불러와
자구책 없이 회생절차 신청하자
"부실경영 혼란 책임져야" 비판
무리한 인수로 경영악화 불러와
자구책 없이 회생절차 신청하자
"부실경영 혼란 책임져야" 비판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자금난 우려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향한 '먹튀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라도 털어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리한 차입 인수로 홈플러스 재무 상황 악화를 초래해 놓고는 아무런 자구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불시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데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MBK는 10년 전 막대한 차입금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후 10년간 점포 매각 등으로 빚을 갚고 배당을 받는 등으로 투자 원금을 회수해 왔다. 그러나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 결정을 내리기 직전까지 개인과 법인 등의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어음(CP) 등을 팔았다. 국민연금도 6000억원 안팎을 투자해 손실 위기에 처했다.
MBK는 2015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홈플러스가 갖고 있던 기존 차입금 1조2000억원을 승계한 것을 제외하면 실제 인수금액은 6조원이었다.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인수 방식이었다. 전체 인수 비용의 절반에 달하는 3조1000억원(홈플러스 기존 차입금 중 상환액 2000억원 포함)을 홈플러스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받아 조달하는 LBO(레버리지바이아웃) 방식을 택한 것이다. 기업 인수 시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대금을 충당하는 것은 일반적인 인수 방식으로 통용되지만, 비중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시 MBK 등은 2조4000억원을 블라인드 펀드로, 나머지 7000억원을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충당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채권처럼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모두 가진 주식이다.
통상 회사 수익성이 좋으면 전환권을, 회사가 어려워지면 상환권을 각각 쓴다. MBK는 국민연금에서도 상환전환우선주를 매개로 6000억원 안팎을 투자받았다.
이 같은 무리한 인수는 대형마트 업계에 대한 MBK의 장밋빛 전망에 근거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MBK의 오판이었고, 이로 인해 대형마트 업계 2위의 말로는 좋지 않게 됐다. 금리 상승기가 도래하면서 과도한 차입에 따른 채무부담은 커졌고, 쿠팡 등 이커머스로 유통시장의 무게 중심이 급격히 기울면서 홈플러스의 경영 상황은 악화했다.
쿠팡,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등과 맞붙어 볼 '총알'도 소진된 상황이다. 인수 차입금 이자 부담마저 커지면서 매출이 비교적 잘 나오던 알짜 자산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영업이 종료됐거나 종료를 앞둔 점포는 25개로, 이 중 매출 상위권 점포인 경기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 14개는 완전히 폐점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운영한 기간 동안 할인점은 141개에서 126개로 줄었고, 슈퍼마켓 체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371개에서 308개로 쪼그라들었다.
매출 상위권 점포를 팔아버린 홈플러스는 매출이 급감하고 수익성이 악화했다. MBK가 인수한 당시 7조9334억원(2016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에 달하던 매출액은 10년 만에 6조9315억원(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으로 12.6% 줄었다. 2016회계연도 기준 3209억원(영업이익률 4.0%) 수준이던 영업이익도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에는 1335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이후 3년 연속 내리 적자였다. 3개 회계연도 합산 영업손실액만 5931억원이다.
수익성을 악화시키면서까지 잘 되는 점포를 팔아 인수 차입금을 갚는데 쓴 돈은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시장에선 추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하면서, 그간 홈플러스 노조에서 제기해 온 경고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의 행태에 대해 "홈플러스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고 비판해 왔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로 인한 여파는 크다. 당장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급락시켰다. 'A3-'에서 'D'로 내렸는데, 이는 투기 등급에서도 가장 낮은 등급이다. 여기에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달까지도 CP를 발행해 개인 등의 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의 영업력이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정상 영업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커져 영업력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은 당분간 대출금 회수가 어렵게 됐다. 홈플러스의 채무 조정 대상은 2조원 규모다. 메리츠금융 1조2000억원, 은행 한도 대출 1100억원, 기업어음 2500억원, 매입채무 유동화 자금 3500억원 등이다.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사들은 줄줄이 '손절'에 나섰다. 상품권 제휴사들이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상품권 사용을 막고 있는 것이다.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에버랜드 등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한 상태다.
제휴사들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중단에 나선 것은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품권 사용 금액에 대한 변제가 지연되거나 아예 변제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중소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행여나 대금을 떼일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홈플러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온라인몰 등 모든 채널의 영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일부 지점은 폐점될 예정이다.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막기 위한 MBK의 자구책이 더 늦기 전에 나와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병주 MBK 회장은 사재를 내놓는 등의 방식으로 홈플러스 부실 경영으로 인한 혼란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전날 홈플러스가 회생 신청을 한 지 11시간만에 절차 개시를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채권자협의회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게 된다. 채권 신고기간은 4월 초로,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은 6월초로 정해졌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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