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력 건설사들이 '모듈러주택'의 성장 가능성과 원가 절감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엔 사기업을 넘어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관까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H는 작년 12월 발표한 'GH 모듈러주택 로드맵'에 발맞춰 국내 모듈러주택 산업 기반과 성장 토대를 마련하고, 올해 3기 신도시 내 특화 '모듈러주택' 공급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 하남교산지구에 첫 번째 '모듈러주택' 건설을 위한 민간참여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고층 '모듈러주택' 건설기술을 고도화 하는 등 모듈러 주택사업 확대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LH 역시 올해부터 '모듈러주택' 표준평면 개발 등 OSC(탈현장·Off-Site Construction) 공법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층간소음 1등급 설계기준, 층간소음 시험시설 '데시벨 35랩' 등을 활용해 주택 품질 향상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모듈러건축 공법은 건축물 각 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생산한 후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건축물의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으며, 시공 기간을 약 30~50% 정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사기간이 짧고 인력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그간 정부가 밝혀왔던 '빠른 주택 공급'과도 맞아 떨어진다. 원가 절감 효과는 덤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 내 'H-모듈러 랩(H-Modular Lab)'을 공개한 바 있다. 'H-모듈러 랩'은 지상 2층·면적 400㎡의 국내 최대 규모 모듈러 건축 시험장(테스트베드)이다. 양사는 지난 2023년부터 기술협의체를 구성하고 모듈러 건축에 대한 연구 협력을 진행해오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2023년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하고, '프리패브(Prefab)' 공법을 활용해 모듈러 단독주택을 전문적으로 생산 중이다. 아파트 브랜드 '자이(Xi)'의 설계 및 시공 기술, 인테리어 콘셉트를 적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폴란드 목조 모듈러 전문기업 '단우드'와 영국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인 '엘리먼츠'를 인수하며 해외 진출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지난 2017년부터 모듈러기술 개발에 착수한 DL이앤씨는 40여 건 관련 특허를 보유 중이다. 작년 전남 구례에 연면적 2348㎡, 26가구 규모의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를 준공했다. 포스코이앤씨도 모듈러 전문 자회사인 포스코A&C를 통해 모듈러 공동주택인 '청담 MUTO'를 국내 최초로 시공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호텔과 LH 옹진백령 공공주택 등 다양한 모듈러 건축 사업을 맡기도 했다.
다만 다른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국내 모듈러 주택 공법 기술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은 13층이다. 싱가포르 56층, 영국 44층, 미국이 30층 이상 고층 모듈러주택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장 생산·현장 조립, 저렴한 건축비, 짧은 공사기간 등의 장점이 많아 건설업계에서 선점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면서도 "유럽 등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모듈러 건축시장이 활성화돼 50층 이상 건축물 생산에도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재혜택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13층 규모의 모듈러 주택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