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멋진 일 될것" 환영
인프라 건설 64조 투입 예상
인프라 건설 64조 투입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기를 원한다며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알래스카산 천연가스 도입 또는 개발 참여는 한미 간 무역 불균형 완화에 도움이 되고, 여기에 에너지 안보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 모두에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조선 분야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개발 사업까지 성사되면 에너지는 물론 대규모 건설·플랜트 수주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미 동맹 강화는 물론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 등이 향후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나의 행정부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각각 수조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일은 여태 결코 없었다"며 "그것은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알래스카주 정부가 주도하는 이 사업은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난 천연가스를 송유관을 거쳐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날라 액화한 뒤 수요지로 나르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서는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약 1300㎞ 길이 가스관을 건설하고 액화 터미널 등 인프라를 건설해야 한다. 초기 추산으로만 약 450억달러(약 64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애초 이 사업은 미국 내에서도 환경 오염 및 생태계 파괴 등 논란 속에 버락 오바마, 트럼프 1기, 조 바이든 등 행정부가 석유·천연가스 시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철회하기를 반복하면서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가스의 대대적 증산을 통해 자국 에너지 산업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목표 아래 취임 직후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제한을 푸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는 최종투자결정(FID)을 위한 사전 단계로 파이낸싱과 시장 확보를 모색하고 있으며, 오는 2030년께 상업운전을 목표로 개발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알래스카주 정부 산하의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가 사업 주체를 맡았으며 지난 1월 '글렌파른'이 민간 투자자로 참여했다.
일본과 한국 등은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이 사업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2기 들어 이 사업이 적극 추진되고, 무역 흑자국에 대한 '관세 폭탄'이 예고되자 통상 관계를 고려한 카드로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방미 일정을 마친 뒤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뿐 아니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을 정도로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으로 보였다"며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방미에서 한국 측은 한미일 3국 협력 방식으로 알래스카 가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에도 관심을 표명했다. 정부는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 참여를 통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대미 무역 흑자 규모를 줄이면 무역수지 불균형에 따른 미국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단계부터 투자해 '입도선매' 방식으로 장기 구매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천연가스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0.1%에서 2021년 18.5%까지 급상승했다.
다만 2022년부터는 미국 비중이 고점 대비 다소 하락해 지난해 12.2%까지 내려와 미국산 비중 확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LNG 운송선이 알래스카 남쪽에서 한국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8일에 불과하다는 점도 물류비 절감 차원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재 중동이나 미국 멕시코만에서 생산된 LNG가 한국으로 운송되는 데는 수 주일이 소요된다.
이와 함께 액화 터미널, 송유관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면 철강·건설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극해라는 사업지 특성상 한국이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쇄빙 LNG선 투입 가능성도 높아 사업이 가시화한다면 한국 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장기 공전한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에는 대규모 리스크가 동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보이는 국내 기업들과 함께 사업성을 확인하는 단계부터 신중히 실무 협의를 통해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나갈 방침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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