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6일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을 시작으로 국립예술단 지방 이전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그러나 예술단체들은 문체부가 일방적으로 이전을 결정하고 통보했다며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분야 중장기 프로젝트 7대 정책방향을 담은 '문화한국 2035'를 발표하며 1대 정책방향으로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국립예술단체·기관을 지역으로 이전하고 지역 중심의 청년예술단체 등을 창단해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골자다. 1단계는 국립청년예술단체를 지역에 설치하고, 2단계는 서울예술단을 지역으로 이전, 3단계는 국립예술단체를 지역으로 옮기는 순서다.
문체부는 올해 한국무용 등 4개 장르 국립청년예술단체을 지역에 설치할 예정이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국립예술단체인 서울예술단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옮기고 단체명도 국립아시아예술단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준비 작업 중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립예술단체를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그러나 당장 지역 이전 첫 단추로 지목된 서울예술단은 "문체부가 단원들과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예술단뿐 아니라 국립예술단체 노조는 문체부의 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과 통합 사무처 신설 추진 등에 반대하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문체부는 문화균형발전을 이루려면 불가피하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유 장관은 "본부가 옮겨질 때는 항상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예술단이 지역으로 간다고 해서 그 지역에서만 공연을 하는 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하게 될 것"이라며 "수십년 간 문화균형발전을 수도 없이 얘기했지만 이뤄진 게 거의 없다. 예술단이 (지역 이전 후) 1~2년 간 잘 적응하고 극복하면 훨씬 역동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유 장관은 "서울예술단 한 곳이 이전하는 것이라도 지역에서는 파장이 매우 크다"며 "지역에서는 매우 기다리고 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지역 공연장 등 인프라, 활동 예술가들의 주거이전, 해당지역의 문화적 수요 등을 고려해 이전 시점과 지역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예술단 사무국 통합과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유 장관은 "예술단 사무처를 통합하는 것은 예술감독이나 예술가들이 예술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돕겠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그런 요구들이 있었다"며 "지난해 5월부터 (예술단들과) 의논했던 부분인데 막상 (통합이) 닥치니까 굉장히 반대를 많이 하고 있다. 예술감독들도 자율성 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예술단들이) 그렇게 반대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도와주려고 시작한 일"이라며 "예술단체들과 의논해보고,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반영해 계획을 수정하거나 예술단체들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안할 수 있다. 문체부의 명운이 걸린 일도 아니고, 예술단체들이 편하게 일하도록 해주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분야 중장기 핵심프로젝트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