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2년 반 만에 50원 인상
타 브랜드 줄줄이 인상 가능성
팜유선물가 작년보다 23% 급등
전분·스프원료도 구매비용 늘어
타 브랜드 줄줄이 인상 가능성
팜유선물가 작년보다 23% 급등
전분·스프원료도 구매비용 늘어
K-라면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수출 효자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안방 시장에서는 원가 압박에 시달리며 남 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라면은 정부가 예의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현실이다. 농심이 2년 6개월 만에 주력 제품인 신라면 가격을 인상하면서 눈치만 보던 다른 기업들 역시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이날 소매점 기준 신라면 판매 가격을 950원에서 1000원으로 50원 인상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22년 9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지난 2023년 7월 농심은 신라면 판매 가격을 1000원에서 950원으로 인하했지만, 이번 가격 인상을 통해 인하 전 가격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농심 측은 "그동안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인상압박을 견뎌 왔지만, 원재료비와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가격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경영여건이 더 악화되기 전에 시급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최근 라면이 수출 효자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번 가격 인상을 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의뢰해 분석한 '10년간 K-푸드 수출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13억6000만달러로 전체 K-푸드 수출액(70억2000만달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최근 10년 간 라면 수출 연 평균 성장률은 20.1%에 이르렀다.
하지만 농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1631억원을 기록했고, 분기별 영업이익도 계속 낮아지며 지난해 4분기 1.7%에 그치고 있다. 라면의 경우 정부가 가격 인상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식품군으로 꼽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 제조 기업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매월 회사별 담당자들을 불러 제품 가격 인상을 지양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무래도 끼니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라면을 제조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년 원가 부담이 늘고 있는데, 가격을 마냥 동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팜유 선물 가격은 톤당 1048.25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 대비 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팜유는 라면이나 과자 등 가공식품을 생산하는데 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전분류나 스프원료 역시 꾸준히 구매비용이 늘고 있다.
이번 농심의 제품 가격 인상으로 다른 라면 제조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물가정보 대형마트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오뚜기 진라면(5개입)의 가격은 3580원이었지만 올해 2월에는3220원에 판매되고 있고, 팔도 틈새라면(5개입)은 2023년 이후 가격을 동결중이다. 삼양식품의 삼양라면(5개입) 또한 2022년 3500원에서 2023년 3840언으로 인상됐다가 2024년부터는 3680원을 유지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눈치만 보고 있던 다른 제조사들도 제품 가격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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