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여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미국 뉴욕증시에 조정 신호가 켜지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담은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순자산총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테크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ETF 시장의 머니무브에 관심이 집중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ETF 순자산총액 상위 10개 중 3개가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CD금리, 머니마켓 등 단기투자 성향이 짙은 상품을 제외하면 상위 10개 중 6개가 미국주식 관련 상품이었다.
순자산총액이 가장 큰 종목은 'TIGER 미국S&P500'으로 8조원이 넘는 돈이 담겨 있다. 이밖에 'TIGER 미국나스닥100' 4조5973억원, 'KODEX 미국S&P500' 3조8661억원,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3조986억원 순이었다.
최근 '매그니피센트7'(M7) 등 빅테크 종목 주도로 뉴욕증시가 '나홀로 성장'을 이뤄온 만큼, 국내 투자자들 역시 해당 상품을 담은 ETF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증시 시총 상위 종목을 선별한 S&P500 역시 여전히 빅테크의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자산운용사 역시 관련 상품을 쏟아내며 투자를 부추겼다.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설정된 ETF 285개 중 3분의 1 수준인 81개가 미국 테크 종목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장 전문가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개인 투자자들이 기술주 쪽에 달라붙어 있다"며 "실질적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기관보다 개인들에 의한 시장이 형성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꾸준히 강세를 보이던 빅테크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 곤두박질 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만 13% 넘게 하락했고, 테슬라는 30% 이상 하락했다. 알파벳과 애플, 아마존 모두 5% 이상 약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분쟁 이슈로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하게 나빠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른 전문가는 "개인 중심의 시장에서 심리가 악화되다 보니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빠졌지만, 아직까지는 투자심리가 남아있어 자금 쏠림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 둔화 신호와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국들이 보복 관세 정책으로 대응하며 투심 악화가 심화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빠르게 자금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기술주 이후 뚜렷한 주도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여전히 자금이 빅테크 관련 상품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기대감이 높아진 중국 시장의 경우 여전히 투자자의 신뢰가 부족하고, 최근 '반짝' 했던 양자컴퓨팅 등도 주도주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금리나 채권 등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상품으로 자금이 옮겨갈 수 있다고 봤다. 최근 글로벌 매크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안정적인 상품에 대한 선호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기술주 중심의 조정세가 주요 섹터의 이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인공지능(AI) 기술주 중심의 하방 압력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미 AI는 기업을 혁신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AI 기업의 구조적 성장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AI 패권 경쟁이 AI산업의 구조적 성장을 이끌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번 조정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