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 주의경고 조치에도 재선임
LS, 사법리스크 뚫고 신임 얻어
"지속·방향성도 연임에 영향 줘"
LS, 사법리스크 뚫고 신임 얻어
"지속·방향성도 연임에 영향 줘"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중소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이 연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부담과 실적 부진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단기 성과보다는 경영 지속성을 중시하는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 중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 LS증권, SK증권 CEO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해당 회사들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현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추천했고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의결되면 연임이 확정된다.
부진한 실적, 징계 등을 이유로 대표이사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교보증권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5.6% 증가한 1163억원을 기록하며 양호한 실적을 냈다. 그러나 최근 랩·신탁 상품 운용과 관련해 불법적인 자전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금융위원회가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석기 대표도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힘들 것으로 관측했으나, 임추위는 이 대표의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보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 진입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업무 연속성 차원에서 연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3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관계기업에서 제외한 토스뱅크의 회계처리 변경에 따른 일회성 실적 덕택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7.4% 급감한 39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PF 충당금 적립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 발생했으나 회사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김원규 LS증권 대표이사도 3연임이 확실시된다. 김 대표는 임원으로부터 고가의 미술품을 싼값에 사는 대신 업무 편의를 봐줬다는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가 됐다. 그러나 수익 구조 다각화를 통해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룹 측의 신뢰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표 연임 여부는 실적이 중요한 요인이지만, 최근에는 단기 성과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며 "중장기적인 경영 성과의 지속성과 방향성을 고려해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반면 다올투자증권은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를 사내이사 선임안으로 올렸다. 부동산PF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다올투자증권이 사령탑을 교체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2018년부터 한양증권을 이끌면서 자기자본 규모를 2689억원에서 5000억원 이상 끌어올렸다. 영업이익도 2018년 50억원대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467억원까지 늘렸다.
증권사 다른 관계자는 "조직 분위기가 침체된 기업의 경우, 대표 교체를 통해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문화를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 수장 교체"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 개편이나 전사적인 캠페인을 통한 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대표가 바뀌면 회사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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