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AI 거인들의 숨은 무기, 기업문화와 직원 재교육

입력: 2025-03-06 08:49 안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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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매일 배우려는 자세 강조… 전 직무별 AI 교육
아마존, 7년간 직원 재교육에 1조7442억 이상 투자
구글, 자체개발 '머신러닝 기초과정' 1만8000명 수강
TSMC, 현장 배치 전 수개월간 장비 제조공정 훈련
엔비디아, 딥러닝 혁명시기 훈련용 GPU 적극 지원
직원 주인의식 강조 '화웨이'·자기잠식 허용 '텐센트'

거대한 규모와 매서운 속도로 인공지능(AI) 전쟁터를 누비는 기술공룡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근본적인 무기가 있다. 바로 오랫동안 지켜온 기업문화와 경영철학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엔비디아 등은 IT 분야에서 각각 성공 신화를 써 온 기업들로, AI 분야로 사업의 중심축을 이동시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고수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문화와 철학이다.이들 기업의 인재 전략에서도 문화의 힘은 두드러진다. 직원 수만 명을 신기술 분야로 재교육하고, 대규모 AI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내외 연구 지원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AI 시대의 인재 육성에 공들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 마인드셋'부터 화웨이의 '늑대 문화'에 이르기까지, 기업마다 흥미로운 대조가 드러난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MS:'모든 것을 배우는 문화'로 AI 수용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2014년 MS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회사에 만연하던 '모든 것을 안다'는 태도를 버리고 '무엇이든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델라 CEO는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보다, 조금 부족해도 모든 것을 배우려는 사람이 결국 더 발전한다"며 "여러분은 아는 체해서는 안 되고, 매일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역설했다.

이러한 성장 마인드셋 철학은 MS 문화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고, 회사가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 기업으로 변신하는 밑바탕이 됐다. MS의 사명인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하도록 돕는다'는 목표 역시 이제 AI와 깊이 맞물려 있다. 이 회사는 자사를 AI 혁신의 '0번째 고객'(customer zero)으로 삼아, 모든 내부 업무와 제품에 AI를 적용하고 직원들에게 AI 활용 역량을 심고 있다.

이를 위해 마케팅, 영업, 엔지니어 등 직무별로 특화된 AI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전사적인 재교육을 실시하고,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과 해커톤을 주관하는 'MS 거라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직원들 간 상호학습을 장려한다.

또, 최신 AI 기술 동향을 반영해 교육 콘텐츠를 지속 업데이트하고 책임 있는 AI 활용 지침을 교육에 통합함으로써 직원들이 효과적으로 AI를 다룰 수 있게 하고 있다. 나델라 CEO는 "문화 변혁 능력이 우리의 미래 성공 최고 선행 지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연하고 적극적인 내부적 변화 에너지는 MS가 AI 분야 신성으로 떠오른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는 대담한 AI 행보를 가능케 한 토대가 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아마존: '데이1' 문화와 대규모 직원 재교육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회사를 언제나 '데이1'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데이1'이란 스타트업 첫날처럼 늘 긴장감을 갖고 고객에 집착하라는 아마존 문화의 대명사다. 이러한 정신은 새로운 기술 물결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베이조스는 2016년 주주서한에서 "현재 우리는 기계학습과 AI라는 분명 거대한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적극 수용해 '미래로부터의 추진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드론 배송, 무인 매장, 가상 비서 알렉사에 이르기까지 겉으로 보이는 혁신뿐 아니라, 수요 예측, 검색 순위, 추천, 사기 탐지 등 드러나지 않는 영역에도 AI와 머신러닝을 깊숙이 적용해왔다. 베이조스의 말대로 "많은 AI 프로젝트는 표면 아래는 조용하지만 의미 있게 핵심 운영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 문화의 또 다른 축은 장기적 관점에서 직원을 성장시키는 것이다.특히 최근 몇 년간은 AI 시대에 맞춰 직원 재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간 12억 달러(약 1조7442억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내 직원 30만 명에게 클라우드, 머신러닝 등을 교육하는 '업스킬링 2025' 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아마존은 물류센터 직원에게 대학 학비를 지원하고, SW 개발자에게 AI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사내 '머신러닝 유니버시티(MLU)'에서 코딩 배경이 있는 직원들이 6주 과정으로 사내 머신러닝 전문가 수백명으로부터 AI를 배우도록 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천 명의 직원들이 이 과정을 수료하며 사내 AI 인재 풀을 넓히고 있다.

이런 투자를 통해 AI 시대에도 '고객 집착'이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직원들의 성장을 돕고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구글: 개방형 혁신과 AI의 민주화

구글의 사명인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해서 그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는 유용한 것으로 만든다'는 목표는 애초부터 AI와 궤를 같이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AI는 인류가 접한 가장 중요하고 심오한 기술"이라며 "불, 전기보다도 더 근본적인 영향력을 지닐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비교적 일찍부터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 기업으로 체질 전환해왔다. 그러면서 윤리 의식과 학구적인 개방 문화라는 구글 특유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한 서한에서 최근 AI 발전을 "기술 르네상스"에 비유하면서도 "이토록 강력한 도구에는 새로운 의문과 책임이 따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기술의 양면성에 대한 자각은 구글이 2018년 'AI 개발 원칙'을 수립하는 등 윤리적 AI 개발을 중시하게 된 배경이다. 구글은 오래전부터 직원들이 개인 프로젝트에 업무 시간의 20%를 쓸 수 있도록 장려했고, 이는 자율주행, 번역, 딥러닝 등 수많은 혁신을 낳은 토양이 됐다. 또 사내 교육 자원을 대외에 개방함으로써 AI 역량을 전 세계와 공유하기도 했다. 엔지니어들의 머신러닝 기초 교육을 위해 개발된 '머신러닝 크래시 코스(MLCC)'는 구글에서 약 1만8000명의 직원이 수강해 효과를 보자, 2018년에 일반에 무료 공개했다. 이는 텐서플로우 같은 구글 AI 도구를 개발자들이 친숙하게 익히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구글 입장에서는 미래 AI 인재들이 자사 플랫폼에 익숙해지게 하는 전략적 접근이기도 했다.

한편 구글은 유망한 AI 연구자들을 채용해 1년간 현업에서 멘토와 프로젝트를 하게 하는 'AI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인재 저변을 넓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세계적 수준의 AI 인재들이 몰려들고, 직원들도 최신 논문과 기술을 공유하는 학술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 연구진은 2017년 '트랜스포머' 신경망 구조를 개발해 생성형 AI 혁신의 씨앗을 뿌렸고, 이후 검색, 지메일, 클라우드 등 서비스 전반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이는 개방성과 지속 학습 문화가 거대 기업을 혁신의 최전선에서 빠르게 뛰게 함을 잘 보여준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TSMC: '정직과 신뢰'의 가치로 반도체 왕국을 만들다

AI 후광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대만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은 TSMC의 4대 핵심 가치를 정직, 헌신, 혁신, 고객의 신뢰로 꼽았다. 그는 "고객의 신뢰는 반드시 스스로 쌓아야 하며, 정직과 헌신으로 신뢰를 얻고자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객사(팹리스 반도체 기업들)와 경쟁하지 않고 오로지 제조 파트너로서 성공하겠다는 원칙 덕분에, 세계 유수의 칩 설계 회사들이 핵심 제품을 TSMC에 맡겨왔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지탱하는 힘은 직원들의 기술력과 끊임없는 학습 문화다. TSMC의 인재 육성도 제조 공정만큼이나 체계적이다. 신규 입사자들은 현장 배치 전에 '뉴커머 트레이닝 센터'에서 수개월간 집중 훈련을 받는다. 2021년 TSMC 남부 캠퍼스에 문을 연 이 센터에는 반도체 장비 20여 대와 측정 기기 등이 구비돼 있어, 신입 엔지니어들이 부품 하나하나를 분해하며 장비 구조와 공정을 익힐 수 있다. 경력 15년 이상 베테랑 강사진이 일대일 코칭을 해주기 때문에, 이 과정을 거친 신입들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까지의 시간이 10% 단축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또한 TSMC는 자국 및 해외 대학들과 협력해 반도체 인재를 키우고 있다. 2019년부터 대만 내 14개 대학과 손잡고 무료 반도체 기술 강좌를 개설, 2023년까지 총 29회 과정을 통해 2149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독일 등 해외에서도 현지 대학과 '반도체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민첩성으로 빚어낸 성공신화

엔비디아만큼 극적으로 자기 변신에 성공한 기업도 드물다. 원래는 PC와 게임기용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했던 이 기업은 2010년대에 과감히 AI 컴퓨팅용 GPU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배경에는 창업자 겸 CEO 젠슨 황의 선견지명과, 이를 뒷받침한 빠르고 개방적인 조직 문화가 있었다. 엔비디아에서 7년간 근무했던 르네 하스 ARM CEO는 엔비디아 문화에 대해 "정말 독특하다. 투명성과 스피드 덕분에 (엔비디아는) 아주 빨리 움직이고 매우 명확한 목표에 집중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황 CEO는 조직 계층을 최소화하기로 유명한데, 그가 직접 관리하는 임원이 비정상적으로 많을 정도다. 황은 "조직을 납작하게(flatten) 만들면 정보 흐름이 빨라지고 직원들이 자율성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회의 때 잘 정리된 PPT 슬라이드 대신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선호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형식보다는 즉흥적 토론을 통해 핵심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에서다. 황 CEO는 직접 굵은 펜으로 보드 가득 메모하며 토론을 이끌고, 회의가 끝나면 보드에 그날 나온 결론과 할 일을 정리하고 마무리한다.

이렇게 군더더기를 싫어하고 실용을 중시하는 문화 덕분에, 엔비디아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뒤에도 스타트업 같은 민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화는 AI 붐이 일었을 때 진가를 발휘했다. 2012년 딥러닝 혁명이 시작되자, 엔비디아 엔지니어들은 게임용 GPU를 활용해 인공신경망 학습 속도를 높이는 실험을 재빠르게 진행했다. 사내에서 기존 주력 사업과는 다른 '훈련용 GPU'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했고, 그 결과 나중에 CUDA 플랫폼과 텐서 코어 GPU 같은 제품들이 빛을 보게 됐다.

엔비디아는 인재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2016년 설립한 '딥러닝 인스티튜트(DLI)'를 통해 전 세계 개발자와 학생들에게 딥러닝 워크숍을 제공했는데, 2017년 한 해에만 10만 명 이상을 교육하겠다는 목표를 내걸 정도였다.

현재까지 누적으로 수십만 명이 엔비디아의 온라인·오프라인 AI 교육을 수강했고, 이는 곧 엔비디아 기술에 익숙한 개발자 풀의 확대로 이어졌다. 엔비디아 내부에서도 많은 엔지니어들이 DLI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하거나, 수강을 통해 최신 AI 기법을 습득하고 있다. 또한 미국, 캐나다, 영국 등지에 16개 이상의 첨단 연구소를 운영하며, 직원들이 학계와 함께 최첨단 연구에 몰두하고 논문을 발표하도록 장려한다. 이런 환경은 톱 클래스 박사급 AI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됐다. '혁신이나 도태냐' 하는 긴장감 속에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고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문화, 커진 조직을 다시 쪼개 새 기회를 추구하는 황 CEO의 리더십 덕분에, 엔비디아는 AI 붐의 최대 수혜자로 섰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화웨이: '늑대 정신'과 인재 중심 경영

1987년 중국 선전의 작은 통신장비 업체로 시작한 화웨이는 특유의 '늑대 문화'로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자 런정페이는 사내에 팀워크와 투지를 강조하는 '늑대 정신'을 심는 데 힘썼다. 화웨이의 한 임원은 늑대 문화를 "늑대 무리의 힘은 단결에 있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사람들이 항상 움직이고 서로를 활용해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려는 문화"라고 했다.

실제로 화웨이 직원들은 장시간 근무와 빠른 실행으로 유명하며, 런정페이는 군대식 엄격한 관리 기법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이러한 강도 높은 문화는 때때로 논란이 됐지만, 동시에 직원들의 강한 주인의식과 기술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화웨이는 약 10만 명의 직원에게 회사 지분을 나눠줘 직원들이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게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최근 몇 년간, 회사 내부의 끈기와 결속은 화웨이가 살아남은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화웨이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공격적인 R&D 투자와 인재 육성이다.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신기술 분야 두뇌들을 모으기 위해 글로벌 연구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캐나다, 독일, 러시아, 한국 등 전 세계에 수십 개 연구 거점을 운영하며, 미래 기술 선행 연구를 펼친다. 런정페이는 성과가 당장 나지 않더라도 '인재들에게 시간을 주고 지켜보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수학계 석학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처음엔 이해할 수 없어도, 우리는 그들이 '헛소리'를 늘어놓도록 내버려두고 계속 자금을 지원한다. 언젠가 그 '헛소리'가 말이 될 날이 오면, 그것이 우리 제품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긴 안목으로 원천 기술을 탐구하는 인재들을 품고 키우는 전략은, AI 시대에 화웨이가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토대가 됐다. 화웨이는 사내에 '화웨이대학'이라는 교육 체계를 갖추고 직원 직무교육과 리더십 훈련도 해왔다. 신입 직원들은 수개월 동안 기술과 문화 교육을 받고, 선배와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에 적응한다. 국제적으로는 2008년 시작한 '미래 씨앗'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이공계 대학생 수만명을 중국으로 초청해 기술과 문화 교류를 해 왔다. 또 2600개 넘는 화웨이 ICT 아카데미를 세계 대학들에 개설해, 5G, AI, 클라우드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인재 양성 노력은 글로벌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낳는다. 물론 화웨이의 일 중독 문화와 높은 압박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늑대들도 배운다'는 말을 증명하듯, 화웨이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인재들에 대한 투자를 늦추지 않았고, 이는 위기 속에서도 신기술을 내놓는 저력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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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사용자 중심 혁신과 학습 조직

화웨이의 '늑대 문화'와 대조적으로, 중국의 인터넷 공룡 텐센트는 보다 유연하고 젊은 문화를 표방한다. 마화텅(포니 마) 텐센트 회장은 회사가 급성장하던 2000년대 중반, 조직 비대화로 인한 관료주의를 경계하며 7대 원칙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민첩성, 개방성, 사용자가치 최우선, 속도, 회복탄력성, 진화, 혁신으로, 스타트업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텐센트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시도할 여유를 주면서 내부 팀들끼리 경쟁하는 것도 유도한다. 예컨대 2010년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텐센트는 微信(위챗)이라는 신생 모바일 메신저를 광저우 사무소의 소규모 팀에 개발하도록 맡겼다. 기존 텐센트의 간판 서비스였던 PC 메신저 QQ와 겹치는 영역이었지만, 마화텅은 "주저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라"며 새로운 시도를 승인했다. 심지어 QQ팀 등 사내 다른 팀들도 유사한 모바일 메신저를 개발하고 있었지만, 신생 위챗 팀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도록 본사에서 떨어진 곳에 조직을 꾸려 주었다. 이러한 내부 '자기잠식'을 허용하는 파격 덕분에, 위챗은 단숨에 중국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고 텐센트는 모바일 시대를 주도할 수 있었다. 직원을 적극 믿고 권한을 주는 문화와 함께, 텐센트는 체계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도 구축했다. 2007년 설립된 텐센트 아카데미는 사내 직원 교육을 총괄하는 이른바 '기업대학'으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대학이 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 아카데미는 직원들의 경력 단계별 필요한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단순 기술 교육뿐 아니라 리더십, 경영 소양까지 폭넓게 다룬다.

텐센트는 직원들이 수평적으로 부서 이동을 하거나 수직적으로 승진할 때 명확한 역량 개발 경로를 제시해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화하도록 돕는다. 공정한 승진체계와 분기별 평가를 통해 성과를 인정하고, 우수 인재는 조기에 발탁해 중책을 맡긴다. 회사 내에는 연말 전 직원 미팅과 같은 개방적 소통 이벤트도 정례화돼 있어, 경영진이 직접 전략과 비전을 공유하고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한다. 덕분에 직원들은 자신이 회사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인의식과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업계에서 배워야 할 것은 배우고 도전해야 할 것은 도전하는 문화를 체득한다. 외부 ICT 교육 지원에 힘쓰고 있다. 2019년 텅스 학원'을 출범시켜,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본격화했다. 텅스 학원은 대학 및 직업훈련 기관과 협력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커리큘럼을 공동 개발하고, 교수와 학생, 공무원들을 위한 단기 집중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전국 대학생 대상 프로그래밍 경진대회나 청소년 코딩 캠프 등 미래 인재를 발굴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기술로 선한 영향을 주겠다(Tech for Good)'는 철학은 텐센트 경영의 중요한 축으로, 마화텅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텐센트가 기술로 사회에 기여하는 '연결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텐센트는 사업적으로도 게임, 소셜미디어, 핀테크 등 폭넓은 영역에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혁신 경쟁의 숨은 무기, 기업문화

이들 기업의 이야기는 공통된 사실을 보여준다. 아무리 앞선 기술 전략도, 이를 실행하는 사람과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술의 시대에 궁극의 경쟁력은 여전히 사람이라는 진부한 말이 AI 시대에도 진실로 통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AI 시대를 대비하는 이들 기업의 공통된 전략이다. 이는 AI 전문가 채용 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내부 인재를 키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회사가 직원과 함께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줌으로써 우수 인재를 붙잡아두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결국 AI 시대에 기업문화는 기업의 기초체력과 멘탈을 좌우한다. 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잘 활용하는 조직은, 한두 번의 성공적인 제품 출시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혁신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조직은 대개 위에서 내려온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로부터 배우고 제안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내부가 칸막이화된 사일로 조직이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에 갇힌 회사라면, 아무리 인재를 모아도 변화의 방향을 놓치기 십상이다. 기술만 좇는다고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 개개인이 성장하고 헌신하도록 이끄는 문화야말로 그 어떤 AI 알고리즘보다 강력한 경쟁력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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