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4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총부채는 2조7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빚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전년보다 2조7310억원 증가한 205조1810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5조원은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 시가총액(41조1000억원)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2021∼2023년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봤던 한전은 지난해 8조3489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신한울 원전 2호기 준공 관련해 원전 사후 처리복구 항목으로 충당부채가 2조원가량 새로 반영되면서 한전의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의 재무 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2021∼2023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올랐지만, 원가 아래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부채가 본격화했다.
한전은 2021∼2023년 43조원대의 누적 기준 영업 적자를 냈다.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로 일부 축소됐지만 2021년 이후 누적 영업 적자는 여전히 34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시기 받은 충격으로 2020년 130조원대 수준이던 한전의 총부채는 작년까지 70조원 이상 크게 뛰었다. 별도 기준으로 한전은 지난해 3조174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자비용 등으로 순이익은 8359억원에 그쳤다.
한전은 대규모 부채를 줄이지 못해 만기가 도래하면 '돌려막기'를 하며 버티는 실정이다. 205조원에 달하는 총부채 중 132조5000억원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된 차입금이다. 이 중 올해와 내년에만 각각 35조4000억원, 26조1000억원의 상환이 예정돼 있다.
이런 한전의 열악한 재무 상황은 국가 전력 인프라의 핵심인 송배전망 구축 등 투자 집행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작년 한전의 투자비 집행 실적은 송배전망 건설비 5조4000억원을 포함해 총 16조8000억원으로 계획 대비 집행률이 91%에 그쳤다.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상으로 2036년 우리나라의 총 송전선로 길이는 2021년의 약 1.64 배로 늘려야하는데, 여기에는 약 56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한전은 전기요금의 단계적 정상화, 전력구입비 절감 등 다양한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KEMRI 한전경영연구원은 '2025년 전력산업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에서 정부가 일반용, 주택용 전기요금의 추가적인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상반기 경제와 정치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인상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시장 제도개선 방향에서 2025년에 망이용요금을 개편 및 적용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면서 "현재 송전망과 배전망 요금을 모두 수요 측에만 부과하고 있으나, 향후 판매를 겸하는 분산에너지 사업자 증가에 대비해 발전측에 부과하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