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의료,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과산화수소를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촉매 기술이 개발됐다. 앞으로 반도체 공정과 폐수처리, 의료 분야 등 과산화수소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산업에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종민·한상수 박사 연구팀이 이재우 KAIST 교수, 문준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탄소 촉매에 메조(2∼50나노미터 크기) 기공을 도입해 낮은 산소 농도에서도 과산화수소를 최대 80% 이상의 효율로 생산하는 '고효율 메조 다공성 촉매'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과산화수소는 세계 100대 산업용 화학물질 중 하나로, 주로 안트라퀴논 공정을 통해 생산하지만 높은 에너지와 고가의 팔라듐 촉매, 부산물 발생으로 인한 환경 오염 등 여러 문제을 안고 있다.
최근에는 저렴한 탄소 촉매를 활용해 산소를 전기화학적으로 환원함으로써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친환경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마저도 고순도의 산소 가스를 주입해야 하기에 비용이 많이 들고, 생성된 과산화수소가 불안정한 염기성 전해질 환경에서 생성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강력한 환원제인 수소화붕소나트륨, 메조 크기의 탄산칼슘 입자를 반응시킨 후, 탄산칼슘 입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20나노미터 크기의 메조 기공을 갖는 붕소 도핑 탄소를 합성했다. 이어 전기화학적 과산화수소 생산 촉매를 활용해 상용화에 가까운 환경인 중성 전해질 환경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80% 이상의 과산화수소 생산 효율을 달성했다. 아울러, 메조 다공성 구조가 반응물인 산소의 원활한 전달을 촉진해 산소 농도가 20%에 불과한 공기 환경에서도 높은 촉매 활성을 유지하는 것을 실시간 라만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연구팀은 의료용 과산화수소 농도(3%)를 초과하는 3.6% 농도의 과산화수소 용액을 제조하는 데 성공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김종민 KIST 박사는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 중의 산소를 활용해 중성 전해질에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기존 촉매보다 실용성이 높아 산업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지난 1월 15일)'에 실렸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탄소 촉매에 메조 기공을 도입해 낮은 산소 농도에서 과산화수소를 높은 효율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공기를 이용한 과산화수소 생산 전극 구조 및 촉매 성능. KIST 제공
다공성 탄소 촉매 표면과 메조 기공을 이루는 탄소 벽에 도핑돼 있는 메조 다공성 탄소 촉매 구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