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사람과의 소통 방식도 발전해야 합니다. 음성인식 기술은 사람이 기계를 더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합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배지운(사진) 리턴제로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연구원은 음성인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머를 꿈꿨던 그는 중학교 시절 AI의 가능성을 직감했다. 배 연구원은 "사람이 만든 도구는 결국 인간의 일을 더 쉽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기계가 인간을 돕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음성인식 등 다양한 AI 연구를 거치며 AI 기술이 인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 왔다. 그는 "처음에는 시각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터 비전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연구를 하면서 AI 기술의 본질이 비슷하다는 걸 깨닫고 자연어 처리와 음성인식까지 연구 영역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는 음성인식 AI 스타트업 리턴제로에서 음성인식 모델을 연구·개발하며 이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까지 맡고 있다. 2018년 설립된 리턴제로는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2020년에는 통화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애플리케이션 '비토(VITO)'를 출시했고 이후 기업용 화상회의 기록 솔루션 '콜라보(CALLABO)' 등을 선보였다.
그가 연구하는 음성인식 AI의 핵심은 사람과 AI 간 자연스러운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AI 스피커나 음성 비서가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자연스럽게 답하려면 먼저 음성을 텍스트로 정확하게 변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 연구원은 "음성인식은 단순히 소리를 문자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말하는 바를 기계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며 "결국 음성인식이 없다면 사람과 AI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음성인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사용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점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꼽았다. 기술적 한계보다는 과거 불완전한 서비스로 인해 사용자가 음성인식을 꺼리게 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배 연구원은 "기술적 한계보다 사용자 경험에서 오는 문제가 더 크다"며 "사용자들이 음성인식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과거 기술이 불편하거나 부정확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음성인식 AI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으려는 사용자들이 '이 기술은 믿을 만하고 정말 편리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이러한 장벽을 깰 만큼 좋은 서비스와 사용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논문 중심의 연구 환경과 실제 서비스를 위한 AI 개발환경 간 차이점도 짚었다. 연구실에서는 높은 성능의 AI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하지만 현실에서는 완벽한 모델보다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구실에서 검증된 높은 성능의 AI 모델이라도 실제 사용자들이 느끼는 가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험실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해도 사용자의 반응을 통해 빠르게 피드백을 받고, 방향성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이런 간극을 줄이기 위해 빠른 실험과 반복을 거쳐 현실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배 연구원은 AI 연구가 단순히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현실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모델이라도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느끼면 의미가 없다"며 "결국 중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사람들이 어떻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AI 연구는 실험실의 이론적 성과를 넘어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현실적인 도구를 만드는 작업이다. 배 연구원은 "AI의 존재 목적은 결국 사람을 돕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기술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이 연구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실제 현실에 적용하려면 연구자 혼자 힘만으로는 어렵다. AI 기술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연구 개발부터 제품화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배 연구원은 "연구 조직이 원활히 돌아가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에 직접 기여하는 AI 기술을 꿈꾸고 있다. 그는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게 될 때, 사람들이 더욱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술이 도와야 한다"며 "사람과 기계가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그 결과 더 편리하고 윤택한 삶이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이 연구 목표다. 연구자로서 내가 개발한 기술이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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