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캐즘의 돌파구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ESS를 활용한 가상발전소(VPP) 사업을 확대하며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제주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내륙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제주에서 85MWh 규모의 ESS를 운영하며 총 34개 발전소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제주 내 VPP 업체 중 가장 큰 규모로, 전체 자원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는 제주도 세화리에 25MWh 규모의 ESS를 추가로 2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VPP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통합 제어 운영 시스템이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아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지만 VPP를 활용하면 이를 보완하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황원필 LG에너지솔루션 EaaS담당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더배터리콘퍼런스'에서 "VPP 사업자는 발전소와 전력시장을 연결하는 중개 사업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전력망 안정성과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현지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라인도 본격 가동한다. ESS 통합 시스템 설루션에 고도화된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까지 탑재해 북미 ESS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고용량·고안전성 ESS 솔루션을 중심으로 ESS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2025'에서도 삼성배터리박스(SBB) 1.5를 전면에 내세웠다.
SBB는 규격화된 20피트 컨테이너를 이용해 배터리를 포함한 안전, 공조 장치를 통합한 완제품이다. SBB를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바로 ESS로 사용이 가능하다. 운송과 설치가 편리한 장점이 있다.
올해 초 열린 'CES 2025'에서 혁신상을 받은 SBB 1.5는 내부 공간 최적화 설계를 통해 기존 SBB 1.0 대비 용량을 37% 향상했다. 3세대 모듈 내장형 직분사(EDI) 소화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성도 강화했다.
EDI는 배터리 모듈 내에 소화 약제를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열 전파를 효과적으로 방지한다.
박종선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실장은 앞서 지난 1월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ESS는 현재 캐파의 90%에 해당하는 수주를 이미 확보했다"며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ESS 수요는 성장이 예상되며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 대비 20%의 캐파 증량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후발 주자인 SK온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ESS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ESS 사업을 독립 편제했다. 기존의 ESS 연구개발(R&D) 조직과 ESS 영업 조직을 통합해 연구개발부터 상품기획, 수주까지 ESS 관련 모든 업무를 ESS 사업실로 일원화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미국 IHI 테라썬과 북미 ESS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협약에 따라 SK온이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IHI 테라썬이 시스템 통합(IS)을 맡을 전망이다. 양사는 배터리 스펙 등 세부 협상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온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용 셀 생산 라인을 활용해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이에 따른 원가 경쟁력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ESS 전용 라인을 확보해 매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증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관람객이 삼성SDI의 ESS SBB 1.5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