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주동의 없이 핵심 자산 매각”
영풍 “상법 유리하게 해석…억지주장 불과”
승리 자신한 영풍…의결권·집중투표제 변수
영풍이 새로운 특수목적법인(SPC)을 신설하고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 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면서,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서 사라졌던 의결권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이번 영풍의 현물출자에 대해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문제를 삼은 가운데, 영풍은 이를 '억지주장'이라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법원은 지난 1월 임시주총 결과에 대해 '집중투표제'만 효력을 유지하기로 한 가운데, 영풍의 의결권이 부활할 경우 이달 말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서 이사회 선임을 놓고 또 한 번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된다.
◇고려 "주주동의 없이 자산 매각" vs 영풍 "상법 유리하게 해석"
고려아연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영풍이 총 자산의 70.52%, 자기자본 대비 무려 91.68%에 달하는 회사의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주주총회 의결도 없이 현물출자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현행법에 따르면 중요한 자산을 양도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며 "영풍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이를 감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영풍 주주들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영풍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고려아연 주식 25.42%를 현물출자해 신설 유한회사 '와이피씨'를 설립하기로 했다.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이번 현물출자가 주총 특별결의 없이 이뤄져 위법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상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억지주장을 펴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본업 경쟁력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을 주주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빼돌렸다며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MBK 역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등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훼손 등의 우려를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영풍 석포제련소는 58일간의 조업정지에 더해 10일간의 조업정지를 추가해 실시하는 등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며 "고려아연 주식은 영풍의 입장에선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고려아연을 통한 배당은 유일하게 돈을 버는 핵심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주주간 계약에 따라 이익 회수 등을 최우선으로 하는 MBK가 경영을 주도하게 되면서 고려아연의 기업 경쟁력과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결국 영풍 주주들에게도 큰 손해를 입히게 되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표 대결 앞둔 정기주총…영풍 "이사회 장악 자신"
영풍이 이번 현물출자를 통한 SPC 설립이 인정되면 지난 1월23일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잃었던 의결권을 되살릴 수 있게 된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전날 최 회장 측이 지배하는 영풍정밀이 자사와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3%를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장외거래로 매도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고, 이에 따라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25.4%)에 대한 의결권도 제한됐다.
당일 임시주총은 이사수 제한, 집중투표제 등 모든 안건이 고려아연의 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법원이 지난 7일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안 중 집중투표제만 효력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사수 제한 등에 대한 안건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임시 주총 전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측 11명, 영풍·MBK 측 1명이었는데, 임시 주총 뒤에는 고려아연 측이 18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영풍은 경영권 다툼에서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영풍은 "최 회장 측의 지분 분산을 고려할 때,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사외이사 1인은 최 회장측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그 밖의 이사선출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돼 영풍·MBK 측이 최 회장 측보다 1~3명 더 많이 선출할 수 있게 된다"며 "영풍·MBK 측와 최 회장 측 이사수 차이는 좁게는 2명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달말 정기주총서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대세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주총마다 최 회장 측보다 많은 수의 이사를 선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한 두 번 정도의 임시주총으로 영풍·MBK가 이사회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작년 1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