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롯데웰푸드·삼양 재개
롯데칠성·동서·팔도 중단 상태
전문가, 구체적 계획 마련 지적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협력사들의 잇따른 납품중단 움직임에 '대금 순차지급'으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사태는 쉽사리 진화되지 않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6일 주요 납품업체들이 홈플러스로 향하는 물류를 차단하면서 영업 중단 고비를 맞았다가 대금을 순차적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납품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식품업체들이 차례로 납품을 재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납품 재개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식품기업 중 오뚜기,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 3곳이 홈플러스 납품을 재개했거나 재개할 예정이다.
오뚜기는 지난 6일 납품을 중지했다가 다음 날 납품을 재개했고, 롯데웰푸드와 삼양식품은 지난 7일 오후 늦게 지연된 대금을 지급받고 납품 재개를 결정했다. 지난 8일 롯데웰푸드가 납품을 재개했고, 오는 10일부터 삼양식품이 다시 납품할 예정이다.
다만 롯데칠성음료, 동서식품, 팔도 등은 여전히 납품 중단 상태다.
설상가상 일부 매장은 제품이 채워져 있어야 할 매대가 비어있는 상태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 돌입에도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매장 내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들은 이 상태로 영업을 하고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8일 서울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물건이 팔려 매대가 비면 바로바로 채워지던 것이 기업회생에 들어간 이후엔 그렇지 못하고 있다"라며 "비식품 매장의 경우 각 브랜드 본사에서 사람을 보내 매장에 있는 물건을 치워가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최소의 물건만 가지고 장사를 하고 있고, 이것이 팔리면 물건이 언제 채워질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장사를 계속 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일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은 오뚜기와 삼양식품, 팔도가 제품 공급을 중단한 여파로 진짬뽕, 참깨라면 등 해당 브랜드 라면 제품이 진열돼 있던 자리가 텅 비어있거나 앞의 한 줄만 진열된 채로 영업을 했다. 월요일(10일) 물건이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측이 구체적인 납품대금 지급 계획을 내놓기 전까지는 이러한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측과 계속 협상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물건 납품을 계속 하겠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돈이 묶여 불안한 업체들은 다 똑같을 것인데, 홈플러스는 이를 해소해 줄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납품 대금 지급 시기 등 보다 구체적인 계획안을 밝히고 이를 이행해야 물건을 계속 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가 매달 도래하는 2000억원 안팎의 납품 대금 등을 지급하려면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 개시로 영업력이 약화하면 현금 창출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게 납품업체들의 우려다.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측은 현재 가용현금 잔고가 약 3000억원, 이달 영업활동에 따른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돼 일반 상거래채무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이달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할인행사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가용자금이 기대한 수준(6000억원)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신용평가 결과 당사 신용등급이 예상과 달리 한 등급 하락함에 따라 단기자금 확보에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협력사와 임대점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히 회생신청 준비해 휴일이 끝나는 3월 4일 바로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 상황"이라며 "당초 이러한 상황까지 오지 않도록 했어야 했으나 이런 결과로 이어지게 돼 깊이 사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생절차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상거래채무의 결제를 포함해 모든 부분을 정상화 함으로써 협력사, 임대점주 및 고객들의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또 단기자금 채무를 포함한 금융채무를 회생계획에 따라 모두 변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납품사 이탈이 잇따르자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전자업체와 식품업체 등 홈플러스 납품사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당일 취소됐다. 홈플러스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간담회가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글·사진=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지난 8일 저녁 시민들이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newsnew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