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홍콩 중심 비트코인 ETF 쑥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후 53%↑
민당정 간담회서 도입 검토 논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후 53%↑
민당정 간담회서 도입 검토 논의
정부와 여당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가상자산 거래에서 배제됐던 금융사의 시장 참여 가능성이 열리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9일 가상자산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가상자산 시장 정책과제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과 외국인의 국내 가상자산 시장 진입 허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가상자산의 현물 ETF 도입 등 국제적인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 과도한 규제도 지나친 방임도 아닌 적절한 제도 정비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해서는 당정이 국제 동향을 살펴보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법률 정비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가상자산의 가격을 추종하는 펀드다. 해외에서는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다.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 6일 기준 비트코인 현물 ETF 누적 자금은 241억9700만달러 수준이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370억28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동안 53.02% 늘어났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미국과 홍콩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현물 ETF도 도입됐다. 일본도 한국처럼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 닛케이신문은 일본 금융청이 가상자산을 유가증권과 동등한 금융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을 검토한다며 가상화폐 ETF 도입까지 염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현물 ETF를 이른 시일 내에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말씀을 계속 드린 바 있고 현재도 큰 맥락에서 비슷하다"며 "아직 도입을 안 한 국가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과 일본"이라고 말했다.
약 한 달 만에 정부와 국민의힘이 가상자산 현물ETF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일본도 이를 가시권에 두고 있어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상자산 현물ETF가 출시되려면, 자산운용사가 기초자산으로 가상자산 현물을 매입할 법인계좌를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은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발표하면서도 금융사는 제외했다. 이번 여당의 발표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가상자산 거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사들의 시장 참여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더불어 외국인의 국내 가상자산 투자도 허용된다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업계를 중심으로만 가상자산 현물ETF 도입을 해야한다고 지속적으로 얘기가 나왔다"며 "우리나라는 지금이라도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타국에 비해 한국은 가상자산이 제도권 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나, 지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도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ETF까지 언급돼 이전보다 구체화됐다"고 봤다.
다만 가상자산 현물 ETF 상품이 출시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 등의 사안이 남아있어 시간은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지난 대선, 총선에서 '가상자산 표심'을 얻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도입하겠다'가 아니라, '도입 검토'의 수준에선 지켜봐야 한다"며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하고 시간이 꽤 걸릴 수 있겠으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부분에선 동감"이라고 전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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