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강 구도'에 영향을 끼칠 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관저정치를 재개하면서 보수층이 재결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기 대선 판도가 요동칠 만큼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이 대표의 지지율은 30~40%대 박스권에 갇혀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지지율은 독보적인 1위이지만, 4개월째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대세론을 형성했다고 보긴 어렵다.
공직선거법 2심 재판 등 각종 사법리스크와 중도층이 이 대표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 이유로 거론된다. 이 대표가 최근 체포동의안 가결을 '검찰과 당내 일부가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주당 지지층 결집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관저정치로 보수층이 결집하고, 중도층의 의구심이 커진다면 이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탄핵 심판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여론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반인들 입장에선 구속되면 죄가 있고, 석방되면 죄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여권이 반전을 위해 야권 비명(비이재명)계와 연대해 개헌론을 띄우거나, 반명(반이재명) 프레임을 내세울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뚜렷한 반전 흐름이 없으면 현 구도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일단 이 대표와 당내 통합 문제로 각을 세웠던 '야권 잠룡'들은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즉시 항고를 포기한 검찰로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일제히 검찰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며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실적으로 대통령 임기단축 등 포함한 개헌논의도 당분간 진행하기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이 석방된 상황에서 조기대선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지지자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당이 제안한 오픈 프라이머리 역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율 격차도 크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들의 존재감은 미미한데, 이들의 지지율을 합쳐도 이 대표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야권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오히려 윤 대통령 석방이 역설적으로 이 대표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 동안 이 대표의 정책 노선을 비롯한 각종 논란에 집중됐던 뉴스가 다른 이슈로 분산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 대표의 '검찰 결탁' 발언과 야권 대선후보 통합 경선론 등을 두고 긴장 기류를 노출했던 친명·비명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