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헌법재판소 등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민주당이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소추 추진을 검토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헌법재판소를 향해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개최한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표 국정 파괴라는 질병이 또다시 도질 모양"이라며 "만약 30번째, 31번째 탄핵을 한다면 그것은 민심의 철퇴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비상의원총회를 연 뒤 심 총장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심 총장이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인용 결정과 관련해 항고를 포기한 것을 책임지고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탄핵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보류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이를 이 대표와 민주당의 '탄핵 중독'으로 규정하며 검찰을 협박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는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탄핵부터 시키고 시켜야 한다는 심산"이라며 "이재명 세력의 탄핵 중독은 이제 형법상 특수협박죄로 다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퍼부었다.
권 원내대표는 또 "헌법재판소와 검찰은 민주당의 겁박에 휘둘리지 말고 법과 원칙을 준수하라"며 "민주당 눈치를 보면서 이 대표에게 줄을 서 봤자 돌아오는 것은 토사구팽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궁예처럼 관심법으로 동료 의원마저 가차 없이 보복 수청 한 사람이 바로 이 대표"라며 "사법기관의 명예는 법과 원칙을 통해 지키는 것으로 사법기관의 구성원이 명예를 상실하면 모든 것을 잃고 그것이 법복의 무게"라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오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다만 적법 절차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변론 재개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점을 역설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 내전과 국가비상사태는 막아야 하는 만큼 재판부 결정 승복을 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는 취지의 물음에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저는 이미 공개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든 법원의 결정이든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답했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국가의 중대사로 적법 절차의 원칙 준수와 절차적 완결성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을 보면 적법 절차 준수에 미흡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론을 내린 법원의 결정문을 언급하면서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한 게 위법하다고 돼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헌법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도 조속히 내려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 총리 동시 선고는 국정 파탄을 불러올 수 있는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 사안"이라며 "대통령의 탄핵 선고 결과가 어떻게 나더라도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비슷한 시점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바뀌는 일이 생기면 행정부마저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뿐 아니라 개별 의원들도 공세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각하 결정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는 소추 동일성이 없는 내란죄 철회를 당연히 불허, 각하 결정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대통령에 대한 불법수사와 불법구금 만행을 주도한 민주당의 하명수사처·불법수사처 공수처 역시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은 한 마디로 위법과 불공정으로 얼룩져 있다"며 "대통령 탄핵 심판이 졸속과 위법으로 얼룩져 역사적인 오점으로 남지 않도록 평의에서 여러 절차적인 위법을 검토해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사법부가 공수처 수사의 불법성을 확인한 만큼 공수처 불법 수사에 터잡은 증거를 걷어내는 작업을 해야 하고, 사법부와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도 변론재개 후 절차적 보장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 재판 변론재개가 불가피해졌다고 주장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석방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