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수출 의존 과도 우려
투자자들, 위험자산 회피 커져
전문가 "원화가치 하락 불가피"
투자자들, 위험자산 회피 커져
전문가 "원화가치 하락 불가피"
트럼프발(發) 관세공포로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휘청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까지 앞두고 있어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구조의 문제성이 계속해서 지적되는 이유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4.4원 오른 1446.8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5.4원 오른 1447.8원에 개장한 후 1440원 중반대에서 횡보했다. 지난 6일 환율은 12원 넘게 하락해 1440원대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개국 무역협정인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준수한 멕시코·캐나다 상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오는 4월 2일까지 유예하는 관세 개정안에 서명했다. USMCA는 2020년 7월 1일 발효된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하지만 관세가 유예돼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의 대응도 변수가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중국에 총 20%의 추가 관세를 적용하고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대응하면 원화에도 절하 압력으로 작용해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화는 통상 위안화와 동조화 흐름을 보인다. 이에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해진 것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중국이 자국통화 절하를 통해 대응하는 국면이 본격화되면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환율 안정 노력이 있어도 1500원선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오는 14일로 예상되는 것도 환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해소된다 하더라도 환율이 한 번에 큰 폭으로 내려오긴 힘들 것이란 전망도 다수다. 달러가 크게 약해지지 않아 환율 하방이 제약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20원이 뚫리면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면서도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기는 어려워 환율이 1420원 밑으로 당장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불안에도 한국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포트폴리오 자금 이탈 압력이 여전하다"며 "이번주 중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리 판결을 앞둔 가운데 환율은 하방경직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내수경제가 내상을 입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로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을 반영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하향조정되면서 원화 가치 하락 움직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계엄 이슈로 이미 환율이 30원 이상 오른만큼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해소돼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탄핵심판 결론 후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원화 가치 안정화로 환율이 내려갔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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