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논설실장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AI 증강 리더` 시대의 도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002102269058001[1].jpg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AI 증강 리더` 시대의 도래")
기술 발전에 따른 시장과 고객의 급변이 특징인 요즘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커지면서 성과, 사람, 조직 모두 놓치지 않고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리더들은 시간과 인력의 제약 속 구성원들을 몰아붙이거나 깨알같은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인공지능(AI)의 시대, 이같은 리더십은 결코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없다.
LG경영연구원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가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듯, 리더십 발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AI 증강(AI-augmented) 리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리더가 AI를 통해 빠르고 복잡한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며 리더의 AI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AI 증강 리더'는 AI를 통해 리더십을 증강해 조직을 더 효과적으로 이끄는 리더를 뜻한다. AI가 리더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통찰력, 진정성 등 인간 고유의 리더십 역량에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AI의 장점을 결합해, 복잡한 조직 관리나 전략적 의사결정 등의 상황에서 더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가 바로 AI 증강 리더다. '증강'(Augmentation)이란 '무엇을 더하여 더 강하게 한다'는 의미다. PC업체인 델 테크놀로지(Dell Technologies)의 창립자 마이클 델(Michael Dell)은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증강시키는 도구라고 말한 바 있다.
AI는 리더들의 의사결정이나 기업 경쟁력 강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데이터 분석업체인 익스피리언(Experian)과 테크유케이(TechUK)가 CEO 및 경영 전문가 1250명을 대상으로 2024년 AI 활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리더 계층일수록 고부가가치 활동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PMG의 조사에서도 고위 경영진 52%가 AI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고 응답했다. 생성형 AI 등장과 함께 AI 활용의 인터페이스가 대화형으로 바뀌면서 우리가 쓰는 언어를 통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생성형 AI는 방대한 양의 학습과 추론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질문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이런 기술 발전은 리더들의 AI 활용에 있어 편의성을 급격히 높여 AI 증강 리더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AI 증강 리더` 시대의 도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002102269058001[2].jpg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AI 증강 리더` 시대의 도래")
그렇다면 리더들은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가. 첫째는 데이터 기반의 조직 진단이다. 리더에게 주어진 역할 중 하나는 조직 관리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고충을 느끼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조직 문화 서베이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리더들은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으나 이런 활동은 피상적인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발전하면서 리더들은 간단한 질문만으로 조직의 상황을 쉽고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가령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예전 같지 않아 고민인 리더라면 AI에게 '이번 조직 문화 서베이에서 업무 몰입과 관련이 있으면서 점수가 낮은 항목들을 추출해줘'라고 묻고, 그 결과에 따라 서베이를 실시해 답변 또한 AI를 통해 분석하면 구성원들의 생각과 조직의 상황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조직문화 개선 방안을 조언받을 수도 있다.
둘째는 AI를 통한 효과적 소통과 수용도 높은 피드백 제공이다. 조직 구성원들은 '소통형' 리더를 원한다. 리더들 또한 그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때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미국 내 '총기 규제'에 대한 온라인 토론 실험을 두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한 그룹의 참여자들에게는 GPT 모델이 미리 학습된 '충돌 중재 원칙'에 입각해 토론 메시지를 수정해줬으며, 다른 그룹은 수정없이 토론 메시지를 발송했다. 그 결과 GPT를 적용한 그룹에서 대화 생산성, 의견 수용도가 모두 상승했다. '총기 규제'라는 민감한 주제임에도 AI의 교정을 거치니 대화의 무례함이 줄었고,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
회사가 추구하는 리더십 원칙,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사례 등을 AI에 미리 학습시키고, 구성원 특성과 자신이 전하고 싶은 바를 물어보면 AI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안을 알려준다. 예컨대, 성과가 낮은 구성원에게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AI에게 구성원의 성격이나 과거 성과 자료를 감안해 피드백 시 조심해야 할 표현 등을 요청하면, AI는 위 실험처럼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 소통 방안을 제안할 것이다.
셋째는 의사결정을 위한 비즈니스 인사이트 보완이다. 경영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리더들은 의사결정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의사결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선 근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지만 여러 정보들을 취합하고 분석하는 게 쉽지 않다. 리더들이 집중해야 할 것은 다양한 정보들 속에서 의사결정의 적중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것들을 살펴봐야 하는지 식별해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이는 리더의 '인사이트'(통찰력)를 요구하는 데 AI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는 고객 의뢰를 받아 농산물 재배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농업 컨설팅 회사 트라이던트(Trident)의 사례를 소개했다.이 회사의 CEO는 연초 전략 수립 시, '경쟁 환경', '가격 정책', '기후 변화' 등 6가지 핵심 이슈들을 살펴보았으나, 뭔가 제한된 시각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AI에게 트라이던트가 속한 산업과 자사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후 농업 과학 외부 관점에서 앞으로 직면할 전략적 고려 요소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AI는 내부 시각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기술 발전', '규제 변화', '자금 및 투자', '고객 수요와 기대' 등의 항목을 추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알려줬다. AI의 의견 덕분에 전략적 의사결정 시 놓칠 수 있는 사각 지대를 메움으로써 필요한 정보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다. 생성형 AI는 인간이 물리적으로 학습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지식을 미리 학습했기 때문에, 리더의 인사이트에 AI가 얹어진다면 올바른 의사결정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AI가 제공하는 인사이트가 100% 정확한 것은 아닐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리더의 판단은 필요하다
'AI 증강 리더'는 리더가 오픈마인드를 갖고 AI를 활용해보려는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리더 스스로 AI 문맹자가 되지 않도록 AI와의 협업 방식을 직접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LG경영연구원 이한빈 연구원은 "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무조건 더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좋은 리더가 되려면 리더로서의 철학, 태도, 가치관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인간다움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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