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공개 패널 토의서 지적
공정기여 필요성 목소리 커져
공정기여 필요성 목소리 커져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터넷 트래픽에 대한 비용을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글로벌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5'에서는 망 공정기여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빅테크가 공정한 몫을 지불할 때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공개 패널 토의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많은 지역에서 인터넷 트래픽의 60%를 차지하는 가운데 AI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은 전례 없는 양의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디지털 혁명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확장에 막대한 투자를 하지만,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이 수혜를 몰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디지털 플랫폼이 공정 분담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말 발간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70%를 차지하지만, 네트워크 유지 비용 부담은 최소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이중 과금'이 아니라, 인터넷 시장의 양면성에 따른 정당한 비용 구조"라며 "망 무임승차는 ICT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이며, CP의 공정한 기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영국 최대 통신사 보다폰도 최근 '네트워크의 책임 있는 사용'이란 보고서를 내고 '공유지의 비극' 맥락에서 통신 산업 문제를 짚었다. 네트워크가 무한한 자원처럼 취급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트래픽 증가가 '공유지의 비극' 사태로 이어지며 네트워크가 붕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도 '공동 책임'을 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벤 레슈너 보다폰그룹 공공정책 총괄은 "망 무임승차 문제를 피하려면 규제 기관이나 정부의 감독이 있어야 한다"며 "협상이 공정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규제 중재라는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라 발라린 세레자 EU 의회의원은 EU가 추진하는 '디지털네트워크법(DNA)'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초 EU집행위원회가 발표한 '경쟁력 나침반 보고서'에 따르면, 네트워크 비용 공정분담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네트워크법은 올 4분기 발의·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2023년 디지털네트워크법 추진을 발표한 유럽은 지난해 2월 관련 백서를 발간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등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레자 의원은 "데이터 트래픽이 연간 35%씩 급증하는데 EU 통신시장 수익은 감소하고 있다"며 "단 6개 회사가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60%를 차지하는 불균형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책당국, 이해관계자, 업계가 함께 공정한 분배 프레임워크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백악관과 상원이 보편적 서비스 기금(USF) 개편을 논의하면서 빅테크들의 기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USF는 미국 정부가 농촌 및 저소득층 지역에서의 인터넷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하는 기금이지만, 최근 망 이용대가 논의와 맞물려 빅테크 기업들이 공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중남미와 남태평양 지역의 서비스 사업자인 데니스 오브라이언 디지셀 대표는 한국 사례를 언급하며, 공정한 자금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USF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거의 모든 OTT가 대가를 지불하며 네트워크 비용에 기여하고 있다"며 "공정한 자금 지원을 가능케 하는 USF 설립을 위해 카리브해 정부와의 대화에 빅테크를 초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상력을 갖추기 위해 법제화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망 이용계약 체결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안이 2개 발의돼 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에 망 이용계약 의무화, 망 이용환경 실태조사 도입 등 정책 방향을 명시했다.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또한 올해 전년 대비 각각 26.7%, 30.1% 줄어들면서 기금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도 EU의 최대 과제다. 그로펠리 사무총장은 AI 트래픽 증가가 통신업계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는 가운데 유럽 통신사들은 이를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AI는 네트워크 운영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핵심 기술이며, 유럽 통신사들에게도 새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데이터센터 간 연결과 엣지 컴퓨팅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통신사들이 단순한 네트워크 제공업체를 넘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제공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짚었다.
특히 5G와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을 활용해 AI 트래픽을 최적화하고, 데이터 트래픽을 수익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봤다. 그는 "향후 몇 년간 AI 관련 데이터센터 트래픽이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신사들이 이 증가하는 트래픽을 수익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신사들의 AI 활용 사례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넥트유럽은 32년 만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새 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ETNO에서 조직명을 변경했다. 그로펠리 사무총장은 "유럽과 유럽인들을 연결(Connect)하는 역할을 강조해 통신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의 방향성과 목표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나인기자 silkni@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