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급등으로 '위기설'까지 불거진 K-콘텐츠 산업에 활력을 줄 단비가 될지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6000억원 규모의 K-콘텐츠 펀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달 19일까지 제안서를 접수받았다. 정부 출자 규모는 약 3400억원이며, 이를 기반으로 문화계정에 5200억원, 영화계정에 796억원 규모의 벤처투자조합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문화계정에 12개(IP 3개, 수출 4개, 신기술 2개, 콘텐츠 육성 1개, 문화일반 2개), 영화계정에 3개(한국영화 메인투자 1개, 중저예산 한국영화 1개, 애니메이션 전문 1개) 등이다.
10일 문체부와 한국벤처투자가 제안서를 취합한 결과 문화계정에만 총 41개 제안서가 접수돼 평균 3.4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7개 제안서가 접수된 것과 비교하면 10.8% 증가한 수치다.
부문별로는 IP 부문 8개, 수출 부문 13개, 신기술 부문 12개, 콘텐츠 육성 부문 4개, 문화 일반 부문 4개 제안서가 각각 접수됐다. 문체부는 심사를 거쳐 다음달 중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펀드에 제안서가 몰린 것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고 있다. 대다수 콘텐츠 기업의 공통 애로사항인 자금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부 조사 결과 콘텐츠 기업 중 45%가 자금부족을 겪고 있고, 자금조달 수요는 2조9000억원 상당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신기술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투자 강화는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데도 디딤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펀드 수익률 개선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모태펀드 문화계정의 수익률은 2024년 기준 1.54%다. 특히 영화 계정의 경우 0.98%로 더 낮은 편이다. 오랜기간 모태펀드 문화계정의 수익률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17년 기준으로는 투자수익률이 -27.56%를 기록했고, 청산된 자펀드의 누적 내부수익률(IRR)은 -3.82%였다. 현재 투자수익률이 1%대로 상승한 것은 자펀드인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이 투자한 크래프톤의 성공에 힘입은 결과다. 크래프톤 투자는 역대 최고 수준인 13.1배 수익을 냈다. 지난해 청산한 자조합은 크래프톤에 투자한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을 포함한 총3개 조합으로 2700억원 상당이고, 2023년은 5개 조합이 청산해 200억원 가량의 수익을 냈다. 2022년은 3개 조합 75억원 규모다. 청산한 투자조합에 따라 수익률 변동은 있지만 크래프톤을 제외하면 수익은 매우 미미한 편이다.
K-콘텐츠 펀드가 지속가능한 안정성을 담보하려면 투자 회수율과 펀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특히 개별적인 성공 사례에 의존하기보다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투자, IP의 지속적 활용, 민간 투자 유치 확대 등의 방안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최초로 시도하는 글로벌 리그 펀드 조성이나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해외 제작사와의 공동제작·공동투자 등도 주효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단발성 콘텐츠에 투자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극대화할 수 있도록 IP개발·확장도 병행해야 한다.
문체부 측은 "콘텐츠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핵심 장르를 지원해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