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 신청 직전에 협력업체(입점 브랜드숍)들의 소속을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수 협력업체의 소속을 '홈플러스 특정 의류잡화'에서 '홈플러스 몰'로 바꾼 것인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업회생과 몰사업부 분리매각을 동시에 진행하려는 사전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MBK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업계에서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협력업체 점주들 사이에서도 MBK의 움직임에 대해 '계획된 것'이라는 의구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너웨어 브랜드 제임스딘·수비비안, 여성 잡화 브랜드 마리끌레르, 남성화 브랜드 허시파피 등의 소속이 이같이 변경됐다.
홈플러스 입점 브랜드숍들은 매장이 홈플러스 계산대 안쪽에 있느냐, 바깥 쪽에 있느냐에 따라 '홈플러스 특정 의류잡화', '홈플러스 몰'로 소속이 구분되고 있다. 입점 브랜드숍이 벌어들이는 돈이 홈플러스 특정 의류잡화 매출로 잡힐지, 홈플러스 몰 매출로 잡힐지가 이 소속에 따라 달라진다.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는 한 점주는 "홈플러스가 브랜드숍들을 몰쪽으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소속이 바뀜에 따라 매출도 '홈플러스 특정 의류잡화'로 잡히던 것이 몰 매출로 잡히게 됐다. 몰쪽 매출액을 불릴 수 있는대로 불려 매물로서의 매력도를 높인 후, 분리매각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점주는 "원래 소속변경은 홈플러스 리모델링 시점에 이뤄지던 것인데, 리모델링은 2~3년 전에 해놓고 그 때는 아무소리 없다가 이제 와서 소속을 급하게 변경시키는 게 석연치 않다"라며 "개인이 신용불량자가 되기 직전에 돈 될 수 있는 걸 다 챙겨서 빼놓는 것과 흡사한 행태를 홈플러스가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홈플러스가 이 같은 방법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현재 홈플러스의 경우 대금 결제 등과 관련해 부도가 나진 않았지만,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이 없으면 오는 5월경 자금 부족 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회생법원도 이 기업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것이다.
홈플러스 측이 내린 '소속 변경' 결정이 해당 브랜드 본사들을 통해 입점 점주들에게 전달된 것은 지난달 중순께다. 소속 변경은 이달 1일자로 이뤄졌다. 이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바로 다음날이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기 하루 전(영업일 기준)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은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시켰다. 이에 MBK는 3월 1~3일 연휴가 끝나자마자 4일 기습적으로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그 직후 보도자료 배포해 신용평가 등급 하락으로 인해 단기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조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점주들은 소속 변경이 이뤄진 시점이 신용등급 하락과 법정관리 신청 사이에 놓여 있다는 점을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그동안 MBK가 규모가 큰 홈플러스 점포들을 덩어리째 매각하려다 수차례 불발된 상황에서, 몰사업부만이라도 분리해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아니겠냐는 시각이다. MBK는 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을 시도했으나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홈플러스 측은 몰 사업부 분리매각은 전혀 가능성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브랜드숍 소속 변경과 분리매각은 전혀 상관 없는 얘기"라며 "의류나 패션 등이 매장 안(계산대 안쪽)과 밖에 중복되게 분포돼 있어, 리뉴얼을 하면서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한 것이고, 그러다 보니 매장 안에 있던 일부 특정 의류잡화들이 몰쪽으로 위치가 바뀌면서 소속이 변경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지난 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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