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재판 尹 구속취소 결정에 韓 재차 "당연"
"인신구속 절차 정당성 최중요…구멍많은 공수처법 없애야"
"심우정 석방지휘 尹 봐주기? 예전엔 나와 친하다고 음모론"
계엄후 석달 "불법계엄, 대통령직 유지 불가" 입장도 재확인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불구속재판 결정에 대해 "법원에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속 취소 결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판결 존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12·3 비상계엄 직후부터 석달, "불법 계엄을 한 이상 고통스럽지만 대통령은 직을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도 변치 않았다고 했다. 검사 출신 정치인이라며 폄하하는 것엔 자신이 상명하복식 검사 정치와 오히려 대척점에 있었다며 '직언 정치'를 피력했다.
지난 3월7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대한민국헌정회를 찾아 정대철 헌정회장 등 헌정회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사진>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52일 만에 석방돼 관저로 돌아왔다. 법원의 구속 취소청구 인용 결정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인신 구속의 절차는 절차적 정당성이 대단히 중요한 절차"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결정에서 한두가지를 봤다. '공수처는 정말 없어져야 되겠다', 공수처란 제도가 더불어민주당에서 억지로 사법시스템을 흔들어보겠단 정략적 이익으로 날치기성으로 통과시킨 건데 (법령에) 너무 구멍이 많다"고 했다.
이어 "제가 볼 때도 '아 이때는 어떻게 (법 적용을)해야되지'하는 부분이 아직도 많다"고 법 조항이 불분명하단 취지로 짚었다. 진행자가 '(내란죄) 수사권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할 수도 있는지'라고 물은 것에도 "둘 다 말이 되는 얘기다. 그 문구로 보자면"이라고 했다. 공수처법 제2조 3항에서 공수처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내란·외환죄는 포함돼있지 않지만, 직권남용 등 인지 범죄와 관련범죄(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 수사 가능여부를 놓고 양론이 대치 중이다.
한 전 대표는 "사법 시스템이란 게 100년~200년,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80년 이렇게 쌓여가면서 서로 간에 해석의 룰이 정립되는 것"이라며 "이거(공수처법)는 너무 메꿔야할 구멍이 많다. 이런 혼란은 처음부터 예정됐다. 민주당이 처음 만들 때 저도 많이 지적했다"고 야당 책임론을 폈다. 그는 "(공수처도) 임기·선발 방식 등이 실력은 부족해도 야심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구조"며 "'무조건 내가 하겠어'라고 나서는 구도, 공수처가 (검찰·경찰 상대로) 그래오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의 경우 "이 제도가 과연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께 필요한가에 대해 '이건 아닌데'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구속 취소 절차에 대해선 "잘 쓰이는 제도는 아니다"며 "앞으로 (윤 대통령에게 적용된) 이 기준과 해석이 결국은 다른 일반국민께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날'로 적용해온 구속 기간을 '시간'으로 소급적용 시 혼란이 생길 수 있단 지적에도 "기준이 나온 이상 국민 모두에게 그대로 적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다만 제도 일괄 전환 여부엔 "이건 계속 이런 식으로 사례가 쌓여가면서, 다른 사례에서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고 과정이 축적되면서 해소될 문제"라며 "'모여서 회의하자, 모든 판사는 이걸 따라라' 우리 사법시스템이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고 했다. 검찰이 최종적으로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를 포기한 데 대해선 "역시 전례가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일도양단식으로 뭐는 맞고 뭐는 안 맞다고, '이건 이랬어야, 저랬어야 한다' 말할 부분이 아닌 것 같다"며 비교적 말을 아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대통령 봐주려 한 게 아니냐'는 일설엔 "이런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엔 음모론이나 그렇게 단순화해 생각하는 것도 많이 나오지 않나"라며 "예전에는 (심우정 총장이) 저랑 친해서 그랬단 얘기도 하고 그랬잖나. 구속 결정할 때는. 그런데 사법시스템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대한민국 시스템이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즉시항고를 검토한 박세현 검찰 특수본부장을 한동훈 고교 1년 후배라며 극렬 친윤(親윤석열)이 제기한 음모론도 반박한 모양새다.
지난 3월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한 전 대표는 민주당 등 야권이 '심 총장이 2~3일 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탄핵소추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엔 "이젠 탄핵이 30번을 넘어가겠다"라며 "그(탄핵과 계엄) 버튼까지 누르지 않는 기본적인 절제가 87체제를 지탱해온 에너지인데 무너졌고 결국 한계를 더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떤 절차가 되든간 '내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탄핵하겠다'는 얘기다. 국민께서 이런 점은 상당히 우려하고 위험하게 보실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 불가피 입장에서 변화가 있냐'는 지적엔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12월3일 '계엄의 밤' 당시 긴급 인터뷰를 함께 한 상대가 김현정 앵커였다고 상기시키며 "그날도 물으셨다"며 "'계엄은 불법'이라고 정확하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또 "계엄이 44년 만에 왔고 있어선 안 될 일 아닌가. 저는 (밤) 10시반 경에 그 소식을 보는 순간 많은 생각을 했다"며 "'이건 막아야 되겠다' 그리고 '그날 막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다음날 아침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유혈사태가 나고, 젊은 군인들은 또 뭔 죄인가. 그 걱정이 저를 너무 압도했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질서있는 퇴진을 촉구했다가 2차 탄핵소추안 찬성으로 선회한 데 대해선 "(계엄날부터) 직업윤리로선 국민과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 이후 열나흘 동안 그 기준으로만 생각했다"며 "저는 우왕좌왕한 건 아니었다. 이 원칙을 처음부터 끝까지 갖고 있었다. '이건 불법 계엄이다', '불법 계엄을 한 이상 고통스럽지만 대통령은 직을 유지할 수 없다', 세번째로 '그 과정에서 갈등과 상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움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탄핵보다 더 나은 길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탄핵) 이후 우리 대한민국 세상이 더 적대적이고 승복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곧장) 탄핵 국면으로 갔을 경우 우리 통합과 화합이 정말 어려워진다(고 생각했다)"며 "(국무총리 중심 국정 수습 등) 질서있는 조기 퇴진이 어려운 건 저도 알았고, 어렵지만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고, 시도했지만 안 돼서 어쩔 수 없는 경우와 아예 시도조차 안 한 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밖에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조기 대선 시) 국민의힘 경선에 특정인을 밀어줘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엔 "미리 예측할 문제는 아닌 것같다"며 "애국심과 공동체를 지키겠단 마음으로 위험한 세상을 막자는 마음이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또 "87체제를 극복해 적대적 공생관계를 끝내잔 생각에선 공통점이 많다"며 "우리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 합리적 생각을 가진 분들은 정말 중요할 땐 집단적으로 합리적·전략적 판단을 해왔다"고 부연했다.
관저로 복귀한 윤 대통령 예방 계획에 대해선 "저는 언젠가 때가 되면 대통령을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구체적 시점에 대해선 "그런 중심으로 얘기할 문제는 아닐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과 같은 검사 출신이라며 제기되는 정치공세엔 "'검사 정치'라고 폄하할 때 제일 나쁜 두가지는 '까라면 까라, 물라면 물어' 상명하복 아닌가. 두번째는 '줄세우기'다. 그런데 저는 그 반대"라며 "'까라면 까라'로 했으면 제가 계엄을 막았겠나. (김건희)여사 문제 제기하고 이종섭·황상무·의료·명태균 문제에 제가 직언을 했을까. 오히려 저는 그 반대점이었고, 제가 당대표를 하면서 만약에 줄세우기를 했으면 제가 이렇게(축출) 안 됐겠죠"라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