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개인 투자자에게 미칠 파장을 두고 10일 금융당국과 업계가 점검에 나섰다. 이미 일부 증권사가 홈플러스 채권을 소량이라도 포함한 공모펀드의 판매를 중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 조치에 나섰다. 금융결제원은 홈플러스의 당좌거래를 중지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 등 홈플러스 단기채권 판매 관련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20곳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관련 대응책 논의를 위한 첫 공동 회의를 열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 발행 주관사 중 한 곳이다.
이날 업계는 관련 단기채권 상품 판매 현황, 향후 예상 시나리오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투업계는 ABSTB의 채무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금융채무 상환은 유예하지만, 상거래채무는 정상적으로 변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ABSTB는 금융채권으로 분류돼 이에 투자한 개인과 법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이를 판매한 증권사들은 홈플러스 신용에 대한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했다는 불완전판매 논란에도 휩싸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ABSTB가 물품 구매 대금을 기초로 한 채권인 만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신영증권을 포함한 일부 증권사가 기업회생신청을 준비하면서 단기채권을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홈플러스와 소송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소송 관련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채권을 포함하고 있는 공모펀드에 대한 판매를 멈춘 증권사도 있다. 키움증권은 홈플러스 채권 0.1%가 포함된 '미래에셋 IPO 공모주 셀렉션 혼합자산투자신탁' 펀드의 판매를 지난 7일부로 중단했다. 투자 비율이 매우 낮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는 것이 키움증권 측의 설명이다. 이 펀드는 사모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공모펀드로, 순자산 기준 860억원 규모다. 현재 이를 취급하고 있는 KB증권,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도 이날부터 신규 판매를 멈췄다. 유안타증권도 판매 중단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도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와 단기사채를 매입한 개인 투자자 손실 파악에 나섰다. 금감원은 각 증권사에 공문을 보내 홈플러스 관련 CP, 전단채,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ABSTB 중 개인 대상 판매 금액을 12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융권은 금융사 부채와 리스 부채 등을 제외한 홈플러스의 이들 금융채권은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ABSTB 약 4000억원, CP, 전단채 약 2000억원 등 총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고려하면 대부분 물량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판매일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 측은 "현재 불완전판매 등을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개인 손해가 예상되는 만큼 현황 파악을 위해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