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0일 국정협의회를 열었으나 연금개혁 이슈에서 견고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파행됐다. 여야가 진전 가능성을 엿보았던 추경(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역시 연금개혁에서의 갈등으로 논의를 더 진전시키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국정협의회를 가졌다. 이날 협의회는 윤석열 대통령 석방 파장 등으로 불발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개최된 것으로, 어렵게 열린 협의회는 소득 없이 30여분 만에 파했다.
국민의힘은 파행의 원인을 더불어민주당에 돌렸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담장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연금개혁 문제를 완전히 원점으로 되돌렸다"며 "추후 어떤 논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회담은 파행됐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협의회에서 추경과 연금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추경에 대해서는 양당 정책위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실무협의회 개최 등 여야가 대화에 진전을 보였으나, 이후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에서 여야가 여전히 이견을 보이면서 추경 논의 역시도 '없던 일'로 돌아갔다.
당초 여야는 연금개혁 중 모수개혁에서는 소득대체율을, 구조개혁에서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를 두고 갈등해 왔다. 양당은 자동조정장치는 추후 국회 연금특위에서 구조개혁 논의에 포함해 논의하고, 소득대체율을 이번 국정협의회에서 논의하기로 했으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연금개혁 문제에서 민주당이 지난번에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를 받는 것을 전제로 당내 의견을 모으겠다고 했는데, 오늘 와서 '당내에서 이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며 "연금개혁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갔으니 추경도 다같이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3%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논의한 결과 국민의힘이 자동조정장치를 추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소득대체율을 얘기한 것은 원점으로 돌아간 것과 똑같다"며 "민주당 주장은 자동조정장치 없이 소득대체율이 44%여야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의장은 추경은 여야가 편성 필요성에 대해서 의견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 의장은 "추경의 실시는 합의됐다는 것이 거듭 확인되지만 구체화하는 부분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 않은가 싶다"며 "실무 협의를 금주 중에 개최하자고 국회의장이 제안했으나 그 역시 정부와 협의해 보겠다는 답변만 남겼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야는 이날 협의회에서 상속세 개편 등을 논의할 가능성도 내비쳤으나, 협의회가 연금개혁 이슈에 발목잡히면서 상속세 논의는 회담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당이 차기 협의회 일정을 잡지 못한 만큼 연금개혁과 추경은 물론 반도체 특별법, 상속세 등 현안 이슈 해결 역시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전혜인기자 hye@dt.co.kr
권성동(왼쪽부터)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정협의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