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나 체중관련 질환 없어도
단순 다이어트 목적 오남용 여전
부작용 주의… 불법유통 근절 숙제
단순 다이어트 목적 오남용 여전
부작용 주의… 불법유통 근절 숙제
김모씨는 지난달 말 비만치료제 '위고비' 처방을 받았다. 결혼 전 있을 웨딩 촬영을 위해 단기간에 살을 빼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비대면 진료 어플을 통해 집 근처 병원에서 위고비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한 후 병원에 방문했다. 위고비 처방은 그야말로 '10초 컷'이었다. 김씨가 위고비를 처방받으러 왔다고 말하자, 의사는 처음이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답하자 가장 적은 용량(0.25㎎)을 처방해줬다. 김씨는 "필요했던 위고비를 빠르게 구입할 수 있어 좋지만,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절차 없이 처방받는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고비 처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데도 단순 다이어트 목적으로 이를 처방받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다. 위고비는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된 이후 '오남용'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만 처방받을 수 있다.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며 위고비를 처방하는 한 의사는 직접 위고비를 맞고 있으면서, 효과가 좋아 환자들에게도 처방을 해주고 있다. 그는 "위고비를 맞은 후 67kg에서 현재 56kg까지 체중이 줄었다"며 "부작용이 있다면 탄력성이 떨어져서 살이 늘어지는 것인데, 이만큼 효과를 본 비만치료제는 지금까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위고비 처방 문의가 정말 많고, 미처 BMI는 확인하지 않고 처방해 주는데, 너무 마른 사람에게는 처방해주지 않는다"면서도 "결혼 등으로 급하게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위고비가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지만, 부작용도 있다는 점이다. 위고비는 평균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지만, 메스꺼움이나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허가 범위 내에서 사용하더라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저혈당과 망막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온라인에서라도 위고비의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비대면 진료 시 비만치료제 처방을 못하도록 했다. 앞서 식약처가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1월 14일까지 1개월간 집중적으로 단속한 결과, 약사법을 위반해 불법으로 비만치료제 판매를 알선하거나 광고하는 게시물 359건을 적발했다. 적발된 치료제 중 위고비 등의 비중이 42%(150건)를 차지했다. 식약처는 지금까지도 비만치료제의 온라인 불법 판매를 막기 위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제품명 또는 비만치료제에 대한 효능과 효과를 검색해 불법으로 판매를 알선하거나 광고하는 게시물을 적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접속 차단 요청 등을 조치하고 있다.
네이버도 위고비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나섰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서 의약품을 팔다가 걸린 업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가품에 대해서만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적용해왔다면, 앞으로는 의약품 판매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하고 제재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온라인에서 위고비가 불법 유통되는 일은 줄었지만, SNS에서는 위고비가 단순 다이어트 보조제인것처럼 홍보하는 병·의원이 여전히 많다. 서울의 한 피부과는 SNS를 통해 '위고비가 필요한 분들'은 '체중 감량이 필요한 분들 또는 기존 다이어트로 효과를 보지 못한 분들, 안전한 비만 치료를 원하는 분들'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위고비 처방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일반인들이 위고비를 맞은 후 일어난 체중 변화를 공유하는 위고비 사용 후기를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위고비를 처방받기 원하는 사람들 중 예비 신랑신부가 많은 만큼, 이들이 회원으로 있는 카페에서는 최저가로 위고비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곳 등이 공유되고 있다.
윤건호 전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처방해준 의사나 처방받은 환자 둘 중 누구를 탓하기에도 어려운 문제"라며 "위고비와 같은 비만치료제가 비만 환자와 같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쓰일 수 있도록, 마른 체형이 예쁘다는 대중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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