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 SK증권 신탁본부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현 SK증권 경영관리부장, 재무관리부장, 구조화금융부장을 각각 사외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3분기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69%로 떨어진 바 있다.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NCR이 150% 밑으로 내려오면 금융위는 수준에 따라 경영개선권고나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을 부과한다.
무궁화신탁은 가장 높은 경영개선명령을 받았고, 4분기에는 실적이 더 악화되며 NCR이 마이너스(-) 225%까지 떨어졌다.
이에 무궁화신탁은 지난달 금융위에 제3자 매각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했다.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건설사와 금융, 증권사 등이 무궁화신탁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으로 언급됐지만, 아직까지 인수 주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무궁화신탁은 최대주주인 오창석 회장이 보유한 지분 62.4%를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오 회장이 보유 주식으로 받은 주식담보대출과 향후 부담해야 하는 양도세를 고려해 순자산 기준 최소 2배 이상의 매각가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무궁화신탁의 부채가 과도하고,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인수에 뛰어들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반면 현재 신탁업 신규 인가가 제한된 만큼 라이센스 획득을 노린 회사가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금융지주 중 신탁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NH농협금융지주, iM뱅크 등이 인수 유력 기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SK증권 역시 과거 부동산신탁업 인가를 시도하며 사업 진출을 꾀했지만, 인가를 받지 못한 바 있다.
무궁화신탁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던 지난해 12월 이미 SK증권의 전 신탁본부장을 상임 미등기 이사로 영입했다. 여기에 재무 관련 임직원 3명을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SK증권이 무궁화신탁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들 임기는 모두 1년으로, 내년 3월까지다.
다만 SK증권 측은 이번 이사회 참여가 매각 이후 금융권 대리인 자격으로 채권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조치일 뿐, 인수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증권 관계자는 "무궁화신탁 매각 이후 금융권의 채권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매각 주관사와 협의해 SK증권이 대리 금융기관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향후 매수처를 찾아서 매각이 진행되면, 이를 최종적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되는데 마지막 의사결정 때 혼선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단 대리를 위해서는 누군가는 가서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통상 기업 인수합병 시 매각 측에 이를 맡겨 놓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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