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人 반포자이 매수
근저당 미설정… 74억 현금거래
작년 9.5만가구… 中 55.5% 차지
매입 미제약·원화 약세 등 원인
근저당 미설정… 74억 현금거래
작년 9.5만가구… 中 55.5% 차지
매입 미제약·원화 약세 등 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 자이' 대형 평형 매물을 74억원 최고가에 매입한 사람은 우즈베키스탄인으로 확인됐다. 그는 반포의 '대장 아파트'를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반포동 반포자이 26층 전용면적 244㎡(약 91평) 세대가 74억원에 거래됐다. 한달 전 같은 면적의 21층 아파트가 71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보다 3억원 더 높은 금액이 매겨졌다.
법원 등기부등본을 보면, 아파트 메수자는 우즈베키스탄인 A(41)씨다. 지난달 28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별도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지 않아 74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거래한 것으로 보인다.
A씨의 현재 주소지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에 있다. 그의 현지 주소지에는 '우즈베키스탄-대한민국 한의학 진료센터'가 위치해 있다. 우즈베키스탄 의사들을 대상으로 침술 등 한의학을 교육하는 장소였다.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을 통해 지어져 2009년 입주를 시작한 반포자이는 44개동 총 341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다. 이 지역에선 아크로 리버파크와 래미안 퍼스티지, 래미안 원베일리 등과 함께 고급 아파트로 꼽힌다. 반포 자이 아파트엔 개그맨 박준형·김지혜 부부, 배우 염정아, 유지인 등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반포 지역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는 백화점, 대학병원, 한강공원 등 다양한 생활인프라가 조성돼 국내 최선호지역 중 하나인 만큼 외국인들의 투자 문의 역시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특히 최근 원화 약세로 외국인들에게 더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지난 2023년 8월 17일 180억원에 실거래 신고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장학파르크한남' 268㎡(약 80평)의 매수자도 말레이시아인 B씨로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매수자 B씨는 영등포구 여의도에 거주하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에 위치한 파르크한남을 매수했다. 지난 2020년 준공된 파르크한남은 지하 3층~지상 6층, 1개동 17가구로 이뤄져 있다. 단층형 2가구를 제외하고는 전부 복층형으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 가수 태양·민효린 부부, 싸이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 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상반기 10만가구에 육박했다. 국토부의 '외국인 주택소유통계 주요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 수는 9만5058가구로 집계됐다. 2022년 말 8만2512가구에서 2023년 상반기 8만7223가구, 2023년 말 9만1453가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주택(1955만가구)의 0.49% 수준이다. 외국인 소유 주택 대다수(72.8%)는 수도권에 있다.
소유자 국적별로는 중국이 5만2798가구로 55.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2만1360가구(22.5%), 캐나다 6225가구(6.5%), 대만 3307가구(3.5%), 호주 1894가구(2.0%) 순이었다.
외국인이 일부라도 지분을 보유한 주택은 외국인 소유 주택으로 분류됐다. 외국인 소유 주택은 대부분 공동주택(8만6695가구)으로 아파트(5만7467가구)와 연립·다세대주택(2만9228가구)이 대부분이었다. 다가구주택 등을 포함한 단독주택은 8363가구에 그쳤다.
외국인들의 고가 주택 매수가 국내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인해 이제 자산 상속 없이 고소득이나 재테크 등으로 서울 집값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만큼 올랐는데도 가격이 조정 없이 오르는 것은 외국인들의 투자금이 유입돼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사실상 부동산을 보유하는 데 제약이 없다. 국내 부동산 취득을 희망하는 외국인은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라 군사시설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 일정 구역 내의 허가 대상 토지를 제외하고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규모나 목적 등에 관계없이 신고만으로 취득이 가능하다. 다만 지난 2023년 개정된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외국인이나 외국계 법인도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부동산 거래가 가능하다.
일각에선 집값 안정을 위해 외국인 부동산 취득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한 규제는 다른 국가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스페인은 (EU) 외 국가 거주자가 부동산을 살 때 최대 100%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홍콩의 경우 비영주권자가 부동산을 취득하면 부동산 가격의 30%를 취득세로 납부하게 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사면 취득세를 20% 추가 부과하고, 정부로부터 사전 구매 승인도 받도록 하고 있다. 호주 역시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할 때 외국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일정기간 호주에서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을 제한하기도 한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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