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투기 오폭은 기강 붕괴 `끝판왕`… 軍을 이대로 둘 순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102102369058001[1].jpg "[사설] 전투기 오폭은 기강 붕괴 `끝판왕`… 軍을 이대로 둘 순 없다")
지난 6일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발생한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는 군의 총체적 기강해이에 따른 인재(人災)였다.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지속되고 국방부 장관의 부재 속 어느 때보다 살아있어야 할 일선 군 부대의 기강이 붕괴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공군이 10일 발표한 중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상 초유의 전투기 오폭 사고는 사고를 낸 전투기 조종사가 맨처음 폭탄 투하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더군다나 폭격 좌표는 규정상 3단계에 걸쳐 재확인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게을리했다. 부대 지휘관들도 공대지 폭탄 실사격 훈련에 대한 지휘·감독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이번 전투기 오폭 사고는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진행된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국군 KF-16 전투기 2대가 공대지 폭탄 MK-82 8발을 사격장이 아닌 민가에 잘못 투하해 발생했다. MK-82는 건물이나 교량을 파괴하는 데 쓰이는 폭탄으로 무유도 방식으로 투하된다. 당시 전투기들의 고도는 약 1.2km, 속도는 시속 810km였다. 투하된 폭탄은 사격장 내 표적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10㎞ 떨어진 지점에 떨어져 민간인 9명, 군인 12명 등 부상자 31명, 민가 피해 152건의 피해를 낳았다.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조종사 2명은 사고 전날인 5일 비행 준비를 하며 다음날 실무장 사격을 위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는데, 잘못 입력했다.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이를 입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이를 바로잡을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1번기 조종사는 비행임무계획장비(JMPS)를 활용한 비행준비 과정, 비행자료전송장치(DTC)를 전투기에 로딩한 후 이륙 전 항공기 점검 과정, 사격 지점에서 표적 육안확인 과정 등 임무 과정에 걸쳐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히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나, 정해진 탄착시각(TOT)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표적 확인'이라고 보고하고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2번기 조종사는 정확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지만, 1번기와 동시 투하를 위해 밀집대형 유지에만 집중하느라 표적좌표를 벗어난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1번기 지시에 따라 동시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한다. 무사안일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부대장의 지휘·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은 실무장 연합·합동 화력훈련임을 감안해 조종사들의 비행준비 상태를 적극적으로 확인, 감독했어야 하나 일반적인 안전사항만을 강조하였을 뿐, 실무장 사격 임무에 대한 세밀한 지휘·감독은 미흡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발표를 통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고,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될 사고"라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군에서는 잊을만 하면 군기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보안사고·하극상·폭행·성추행·갑질·음주운전 등 갖가지 추태가 벌어진다. 대북 첩보활동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에선 핵심 간부인 사령관(소장)과 여단장(준장)이 하극상과 폭력 및 직권남용 혐의로 맞고소했고, 그 와중에 수행 중인 비밀공작 사업의 명칭과 방식이 노출되기도 했다. 군은 사고가 날 때마다 군기확립과 재발방지를 약속해왔지만 '빈말'에 그쳤다. 더군다나 탄핵 정국으로 정치권의 군 개입이 일상화되고,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 공백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번 오폭 사건은 철저히 원인을 규명해 책임자는 엄벌해야 한다. 그리고 직무대리 체제인 육군참모총장 등 군 핵심 지휘관 인사도 서둘러 계엄·탄핵 정국에서 느슨해진 군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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