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R&D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 개최
삼성·SK, 상공회의소·중기중앙회 등 대거 참석
산업장관 "현장 의견 반영, 근로시간 규제 개선"
고용장관 "6+6개월, 행정조치로 오래 안 걸려"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 주52시간근로제 예외를 놓고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정부가 해법을 찾아 나섰다. 중국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를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인데 규제가 국내 반도체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황이 화급한 만큼, 국회 입법이 아닌 고용부 지침 개정 등 행정조치를 통해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판교에 위치한 동진쎄미켐 R&D 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R&D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 참석해 "반도체 전쟁은 기술 전쟁이고, 기술 전쟁은 결국 시간 싸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안 장관은 "중국과 일본, 대만은 국운을 걸고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 중"이라며 "우리 반도체 업계만 근로시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종합 반도체 기업과 동진쎄미켐, 주성 엔지니어링, PSK, 솔브레인, 원익IPS 등 반도체 소부장 기업, 리벨리온, 텔레칩스, 퓨리오사 등 팹리스 기업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경제단체가 대거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반도체 기업들은 근로시간 규제로 인해 R&D 성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부서 간 협업 저해, 강제 휴가 등 연구 몰입 문화가 약화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제단체도 긴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시간 규제는 대응 여력이 있는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에 더 큰 타격을 준다고 피력했다. 한국경영자총회는 근로시간 특례가 '반도체특별법'에 포함돼야 하나, 지난 국정협의체에서 합의가 불발된 것이 아쉽다고 했다. 단체는 우선 반도체 R&D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제도라도 조속히 개선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근로자 건강과 반도체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현행 특별연장근로 3개월은 R&D 성과가 나오기엔 짧은 기간"이라며 "6+6개월 정도면 기업들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이는 행정 조치로 오래 걸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민우기자 mw38@dt.co.kr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동진쎄미켐 R&D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