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콘텐츠 보물찾기] 하루하루 살아갔을 뿐…준비된 `가장`은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102109931044001[1].jpg "[김미경의 콘텐츠 보물찾기] 하루하루 살아갔을 뿐…준비된 `가장`은 없다")
(오른쪽) '더 그레이트' 표지. 슈퍼코믹스스튜디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에서 '가장'은 '가족'이라는 최소 단위의 사회를 이끄는 통솔자이자 가족 구성원의 인생 전체를 책임지는 무게를 지고 있다. 지금이야 핵가족화 단계를 넘어 1인 가구 비중이 35%를 넘을 정도의 초핵가족화 사회로 가고 있지만 가장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가정을 꾸리고 경제적 안정을 이루는 것은 기본이며, 사회적 기대와 가족의 기대 사이에서 고민하고 흔들릴 여유조차 없다. 물질적 성취를 가족의 성공 기준으로 삼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은 단순한 생계 유지 차원이 아니라, 가족의 안락한 생활과 미래까지 설계하고,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만, 직장 내 경쟁, 경제적 부담,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합, 개인적 성장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너무도 많다.
누구든 가슴 속 한 켠에 품고 있을 의문과 고민들. 우리는 자녀로서 정말 '가장'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는 것일까? 혹은 스스로 '가장'이 될 준비를 순조롭게 하고 있을까? 혹은 지금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더 그레이트'의 유보라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속 김 부장은 가장들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들의 삶은 극적인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삶 그 자체다.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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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성공이 아니고,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김 부장의 삶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제목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전형적인 한국 직장인의 삶을 조명한다. 주인공 김 부장은 25년간 대기업에서 일하며 부장 직급까지 오른, 소위 성공한 '중산층' 가장이다. 그는 직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넘어 오직 1등만 바라보며 동기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상사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며 부하 직원들에게는 눈치를 주고 권위적으로 대하는 일명 '꼰대'다. 상사의 부름에는 위축되고 불안해하지만, 반차나 연차를 쓰겠다는 부하 직원은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럼에도 동기에 비해 비싼 집에 살고, 비싼 차를 타고,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우월감으로 자신감을 세우는 인물이다. 취업 대신 온라인 유통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아들의 선택을 '장사'라고 폄훼하고 대기업 취직을 종용한다. 대표적인 '비호감', 그게 김 부장의 캐릭터다.
김 부장은 원래 꼼꼼하고, 빈틈없는 일 잘하는 직원이었다. 보고서도 누구보다 잘 만들었고, 야근에 특근까지 궂은 일도 마다않고 성실하게 수행해왔다. 능력있다는 평가를 받던 그는 승진을 하고 부서를 이끄는 자리에 오르면서 달라진다. 팀을 조율하기보다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받으려 하지 않고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자신이 없으면 안된다는 착각 속에 자신을 방치한다. 그렇게 회사를 전부로 여기고 삶의 목적으로 여기던 김 부장은 어느날 예상치 못한 지방 발령과 희망퇴직이라는 비바람 앞에 흔들린다.
그가 의지했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기반이 무너질 때, 비로소 그는 가족과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퇴직금과 대출로 신도시 상가에 투자하지만 이는 실패로 이어지고, 김 부장은 재정적 위기에 몰린다.
그러나 그는 인생 최대의 실패를 맞은 그 순간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자신만의 삶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김 부장을 만난 독자들은 초창기 김 부장의 답답한 행태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꼰대, 모순덩어리, 편협한 인간, 노답(답이 없다) 등등 웹툰 주인공인데도 갖가지 욕은 다 먹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독자들은 김 부장의 모습에 가족에게 더 좋은 것을 먹이고, 더 좋은 것을 입히고, 더 좋은 곳에서 잘 수 있게 해주려 일에만 매진했던 우리네들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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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여정, 유보라의 삶
'더 그레이트'의 주인공 유보라는 한때 꿈 많던 소녀였다. 유치원생일 때는 구름이 되겠다 했다. 하늘에 둥둥 떠다니며 어디든 갈 수 있는 구름이 되면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소박한 꿈이었다. 초등학생이 돼서는 트로트 가수를 꿈꿨다. 혼자 저를 키우는 아버지에게 효도를 하고 싶다는 야무진 포부였다. 조금 더 큰 뒤로는 건물주 같은 부자가 돼서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돕겠다는 희망을 가졌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생이 돼서는 최고의 기업에 취업하는 현실적인 꿈으로 바뀌었지만….
최고 대학 입학의 꿈을 이루고, 꿈꾸던 기업의 면접을 보던 날 지각할 위기에 처했던 유보라는 택시를 잡아탔지만 교통지옥에 갇혀 눈물을 흘리고 만다. 택시기사인 기석호는 그녀가 면접에 늦게 돼 절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시간에 맞춰 면접장에 데려다주고, 기어이 그녀에게 합격을 안긴다. 그런 기석호에게 첫 눈에 반한 유보라는 부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밀어붙인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남편 기석호는 도로 낙석 사고에서 다른 차량의 어린 아이를 구하다가 그만 목숨을 잃고 만다. 홀로 남은 유보라는 자신이 쌍둥이를 임신한 것을 알고는 마음을 다잡고 가장으로서 각오를 단단히 한다.
그런 그녀에게 인생은 모질었다. 유보라는 육아휴직 중, IMF 사태를 맞아 직장에서 해고 당하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운다. 그렇게 하루하루 힘들게 버틴 유보라는 끊임없이 찾아오는 크고 작은 사건과 위기를 겪으면서 더 단단해진다. 절망보다는 희망을, 포기보다는 꿈을 더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누구보다 강인한 그녀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그녀의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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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장들이 전하는 울림
두 작품은 겉보기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조명한다. 김 부장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가장이지만, 그의 삶은 위기와 변화 속에서 성장한다. 반면 유보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강한 존재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단순한 직장생활 이야기를 넘어,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송희구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은 명랑 작가(글)와 김병관 작가(그림)의 손으로 다시 태어나 2023년 12월부터 현재도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김 부장의 이야기는 현대 한국 대기업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직장 내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과 고민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작품에는 김 부장을 중심으로 정 대리, 권 사원, 송 과장 등 다양한 직급과 세대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름보다 직급으로 표현되는 각 캐릭터는 독자나 그 주변인들이 직장인으로서 실제로 경험할 법한 고민과 갈등을 지니고 있어, 현실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독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고립감과 경쟁의 압박을 다루며,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외적 성취보다는 가족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부동산 투자, 노후 준비, 세대 갈등 등 현대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를 다뤄 현실감을 높이고, 독자들에게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1부에서는 김 부장을 중심으로 기승전결을 이루고, 2부에서는 김 부장 휘하의 정 대리와 권 사원 등의 이야기로 옮겨가고, 3부에서는 송 과장의 서사가 등장한다.
'더 그레이트'는 먹먹하고 가슴 뻐근한 작품이다. 울컥 차오르는 눈물 때문에 곤란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태원클라쓰'의 광진 작가가 글을 썼고, '나빌레라'를 그린 지민 작가가 그림을 맡았다. 광진 작가는 드라마와 판타지를 넘나들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내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지민 작가는 뛰어난 작화와 아름다운 색감을 바탕으로 매 작품 드라마틱한 분위기와 감동적인 포인트를 매우 잘 재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제정된 '2024 월드 웹툰 페스티벌'에서 '웹툰 어워즈' 본상(10편)과 심사위원장상을 수상했고, '2024 대한민국콘텐츠대상'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국내 누적 조회수는 약 2150만회, 카카오웹툰 '좋아요' 65만회, 왓챠피디아에서 평균 별점 4.4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안유진이 OST 'Dreaming'을 불러 좋은 반응을 얻었다. 'Dreaming'은 잔잔한 피아노와 기타 선율이 두드러지는 몽환적인 팝 발라드 장르의 곡으로, 출중한 보컬 실력을 선보여온 안유진 특유의 맑고 포근한 음색이 두드러지는 곡이다. 작사에는 원작자인 광진 작가가 참여해 꿈 많던 소녀 유보라의 운명적 사랑과 연인과의 안타까운 이별, 그리고 기운찬, 기여운 등 두 남매를 길러온 엄마로서 유보라의 소회 등을 OST 제목과 가사에 담았다.
지난해 8월에는 4권의 단행본으로 발간됐고, 국내를 넘어 스페인 및 이탈리아 2개국에서 출간 예정이다. 영상화 소식도 들려오고 있어 기대감을 낳고 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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