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장은 AI 컴퓨팅 인프라나 초거대 AI 모델 개발 등 기술 패권경쟁뿐 아니라 다양한 AI 서비스 개발경쟁도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개인을 위한 AI비서, AI에이전트, AI메이트 등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고, B2B(기업 간 거래) 분야에서도 특정 산업을 겨냥한 맞춤형 AI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AI 서비스 시장은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라,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소수의 대형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신규 서비스 개발기업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가 자본과 기술의 제약을 뛰어넘고 AI 서비스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AI 인프라의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안재만 베슬AI CEO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AI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모든 기업이 AI에 쉽게 접근하고 AI를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 플랫폼 운영사 베슬AI는 지난 2020년 창업 후 이듬해 미국에 본사를 설립, 현재까지 160억원가량 투자를 유치했으며, 구글, 오라클, 엔비디아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안 CEO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2025년 주목할 만한 AI 창업자'에 뽑히기도 했다.
안 CEO는 국내 기업이 AI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인프라 구축 비용과 유지 부담 △전문 인력 부족 △상용화 연결 어려움 △시장의 불확실성 등의 애로사항이 있다는 점을 짚고 국가 주도의 AI 인프라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 세계 AI 시장은 GPU를 사용한 단일 모델 학습에서 벗어나 수십 개 모델들이 협업하는 오케스트레이션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며 "단일 모델의 성능을 올리는 방안과 동시에 여러 모델과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인프라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CEO는 정부에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많은 AI 스타트업이 문을 닫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자체는 3~5년 안에 우리 삶을 바꿀 만한 기술이지만, '데스벨리'(초기 자본과 기술 부족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기술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며 "대규모 데이터셋, 클라우드 인프라 등 AI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AI 규제가 사다리를 걷어차지 못하도록 규제 유연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을 위한 대출 매칭 펀드도 제안했다.
김효 네이버 이사는 "글로벌 기술 생태계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이사는 "언어에 특화된 초거대언어모델(LLM)이 등장한 후 이미지를 만들거나 분석해 답변을 제공하는 등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이처럼 수많은 기술을 어떻게 잘 조합할지, 또 어떤 기술에 투자하고, 글로벌 생태계 안에서 얼마나 큰 오너십(책임감)을 갖고 서비스를 만들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웨일 브라우저, 웨일 스페이스(교육 플랫폼), 네이버웍스(업무용 도구) 등의 서비스 개발과정에서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접근했다"며 "기술에 대한 환상은 버리고 가치와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AI 분야는 원천 기술 경쟁도 치열하고 그 기술 위에 쌓아 올린 서비스, 인프라까지 과정이 복잡하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AI 서비스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오픈소스 생태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AI 서비스, 시작부터 글로벌이어야 한다'는 주제로 'AI 서비스 생태계 구축 정책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미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