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차세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올해 열린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체화지능(Embodied Intelligence)과 AI 스마트 디바이스, 휴머노이드 로봇, 6G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며 첨단 기술 육성을 위한 강력한 국가 개입을 예고했다.
특히 체화지능은 단순한 AI 모델이 아니라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학습하는 차세대 AI 로봇 기술로, AI 기반 스마트폰과 PC,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이 '넥스트 AI'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략산업에 국가가 적극 개입"…80조원 투입, 혁신 기업 지원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AI, 바이오, 양자 기술, 6세대 이동통신(6G) 등 핵심 기술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들 산업을 키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 대비 10퍼센트 증가한 3981억 위안(약 80조 원)으로 책정했으며, 지방정부와 기타 예산까지 포함하면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한화 80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1조 위안(약 200조 원) 규모의 국가 창업 투자 기금을 조성해 AI, 양자 기술, 수소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이 기금을 "창업 영역의 항공모함급 펀드"라고 표현하며, 하드코어 테크놀러지(진입장벽이 높은 첨단 기술) 및 초기 창업 기업 지원에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딥시크, AI 경쟁의 게임 체인저"…미중 기술 패권 경쟁 본격화
올해 초 AI 업계를 뒤흔든 중국의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DeepSeek)'는 이번 양회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경제장관 기자회견에서 "딥시크는 저비용·고성능 오픈소스 모델로, 글로벌 AI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고 자평했다.
우칭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역시 "딥시크가 글로벌 AI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단순한 기술적 성과가 아니라, 세계가 중국의 과학기술 혁신 능력을 새롭게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딥시크를 "미국의 대중 기술 봉쇄를 뚫어낸 대표적 사례"로 언급하며, "봉쇄가 있는 곳에 돌파구가 있고, 탄압이 있는 곳에 혁신이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은 양회를 계기로 딥시크와 같은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며, AI와 반도체, 양자 컴퓨팅을 중심으로 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딥시크, AI 경쟁의 게임 체인저"…미중 기술 패권 경쟁 본격화
양회에서 과학기술 혁신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된 만큼, 민간 기술 기업들도 AI 발전을 주도하는 핵심 주체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샤오미 최고경영자(CEO) 레이쥔은 "선진 AI 기술을 스마트 디바이스에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새로운 생활을 경험하게 하겠다"며 중국식 AI 혁신을 강조했다. 또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연구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컴퓨터 '주충즈 3호'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하며, 이를 중국의 미래 산업 육성 전략의 중요한 성과물로 부각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