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후 소비자 불안 확산
중고나라서 검색량 325% 급증
일부 직원들, 포인트 소비 권장
중고나라서 검색량 325% 급증
일부 직원들, 포인트 소비 권장
홈플러스 기업회생(법정관리) 돌입 이후 일주일이 경과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상품권 급매에 나서며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난 4일 이후,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홈플러스 상품권을 대량 할인해 내놓는다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상품권 사진에 '홈플러스 사태 때문에 싸게 내놓는다'는 설명을 덧붙인 것이 최근 판매글의 양상이다.
중고나라의 '홈플러스 상품권' 키워드 검색량을 분석해 본 결과,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돌입한 다음날인 지난 5일 해당 키워드 검색량이 전날 대비 325% 급증했다. 4일 대비 증가율은 7일 550%, 10일 275%로 나타났다.
중고나라에는 지난 4일을 기점으로 홈플러스 사태를 언급한 상품권 중고거래 판매글이 계속해서 게재되고 있다. 중고나라 이용자 A씨는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제가 구입할 물건이 품절 되고 없는 것 같아 (상품권을)재판매한다"라며 10만원권 지류 상품권 10장을 5% 할인된 9만5000원에 거래하고자 한다는 글을 올렸다. C씨는 "홈플러스 사태 파악하시고 연락달라"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에도 이 같은 유형의 판매글이 올라오고 있다. 당근 이용자인 B씨(서울 구로구)는 "요즘 홈플러스가 시끄러워 (상품권을)두고 사용하려니 너무 많다"며 "빠른 시간내 사용할 분, 연락해 달라"며 홈플러스 모바일 디지털 상품권 5만원권 7개를 찍어 올렸다. B씨는 각 5만원권 상품권을 8%(4000원) 할인해 내놨다.
또 다른 이용자인 C씨(서울 강서구)는 홈플러스 지류 상품권 560만원을 일괄판매하는 글을 올렸다. 10만원권을 6% 할인된 9만4000원 가격에 올려놨다. B씨는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일괄 판매한다"며 "바로 필요하신분만 연락달라"고 썼다.
홈플러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행사 기간 제품을 구매하고 받은 상품권을 가급적 빨리 써버리겠다거나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리겠다는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물건이 여기로 계속 공급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고 직원이 말하더라"면서 "아무튼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상품권이든 포인트든 빨리 쓰라고 직원분한테 안내받았다. 빨리 쓰든지, 딱히 살게 없으면 당근에 내놓든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간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돌입에도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이 같은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와 상품권 제휴를 맺은 업체들이 줄줄이 결제중단 조치를 내린 데 이어, 홈플러스의 납품불안 문제까지 상존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홈플러스는 6000억원의 가용자금 있어 납품대금을 지급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납품업체들은 제품공급을 완전히 재개하지 않고 있다. 납품불안 상황이 지속되면 홈플러스 경영정상화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홈플러스 협력업체 직원은 "매대가 비어 있는 상점은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마련"이라며 "상황이 갈수록 더 안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여기서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11일 현재까지 삼성,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농심, 삼양, 오뚜기, 남양, 동서, 캘로그, 샘표, 정식품, 팔도 등과 납품 합의가 완료됐다"면서 "대부분의 주요 협력사들과 납품 합의가 이뤄졌으며, 다른 협력사들과도 속속 합의가 완료되고 있어 곧 상품 공급은 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홈플러스는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거치지 않고 지난 4일 바로 법원으로 달려가 기업회생 신청을 한 상황이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 주거래은행(SC제일은행, 신한은행)이 홈플러스가 발행한 어음을 부도 처리했다. 이로써 전날(10일)부터 당좌거래가 중지됐고 이로 인해 협력업체들 사이에선 대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 시중은행의 홈플러스에 대한 신규 대출도 막혔다. 홈플러스 외상매출채권(상품 팔고 받지 못한 채권)은 3000억원에 달하고, 이를 담보로 받은 은행대출이 300억원 정도인데 갑작스런 기업회생 돌입으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의 신규 신규약정이 중단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당장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납품업체들을 위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최대 5억원 범위 내에서 긴급경영안전자금 지원에까지 나서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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