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에서 10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70% 급락했다.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S&P 500 지수는 지난달 19일 사상 최고치보다 8.6% 떨어진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지수 종목 편출입까지 반영하면 10%가량 빠졌다. 지수 편입 종목들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4조달러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 지수도 4.0% 폭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8000선이 깨졌다. 이날 낙폭은 2022년 9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2월 사상 최고치보다 10% 넘게 급락했다.
이날 주식 시장이 흔들린 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영향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에 대해 예상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이런 일에는) 과도기(transition)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이것(성과를 만드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올해 상대국의 관세 보복 조치로 인해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스테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덮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노무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책임자 매트 로우는 관세 부과에 대해 "'미국 예외주의'를 믿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면서도 "현실은 우리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하려 한다면 모든 것이 훨씬 더 비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폭락의 배경으로 과거 주식 시장이 폭락했을 때처럼 행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개입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증시 폭락에도 여전히 관세 전쟁을 고수하고 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0일 CNBC와 인터뷰를 통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을 하며 "이는 매우 일시적인 현상으로 2분기에는 모두가 감세의 현실을 목도하면서 (경기가) 이륙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셋은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은 4월이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관세 정책이 미국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낸다고 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당선 이후 산업계 리더들은 미국 우선주의 경제 공약인 관세, 규제 완화에 대해 새로운 일자리 수천개를 창출할 수조달러의 투자 약속으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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