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트럼프발(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경제 지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 용인' 발언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미국 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확률은 40%까지 올라갔다. 국제 자산시장은 미국 발 경기침체 우려에 요동쳤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2.70% 급락했다.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이다. 편입 종목들의 시가총액은 4조달러 증발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4.00% 폭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8000선이 무너졌다. 이날 낙폭은 2022년 9월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대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은 8만달러 방어선이 붕괴됐으며, 안전자산인 금까지 약세를 보였다.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도 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51% 떨어진 배럴당 66.03달러에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경기나 증시가 침체하더라도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블랙 먼데이를 이어받은 아시아증시도 11일 발작했다.
국내 코스피 지수는 1.28% 내린 2537.60에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0.64%, 대만 자취안지수가 1.73% 내리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는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30%에서 40%로 높였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7%로 대폭 낮췄다.
트럼프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4월 2일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하는 등 관세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관세와 관련해 미국의 무역 환경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변했다"며 "행정부가 관세 정책 등 단기적인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입을 타격도 크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원·엔 환율은 1000원 돌파가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한국은행이 올 경제성장률을 1.5%로 하향 조정했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절한 경기 부양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성장률은 1%대 초반까지 추락할 우려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도 큰 부담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트럼프 관세정책이 미국 경제를 얼마나 망치느냐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의종 금융시장연구원장은 "앞으로 몇 개월이 미국 경제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선택에 따라 미국 경제 및 글로벌 경제는 새로운 도약을 맞을 수도, 쇠퇴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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