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환경보호의 희망, 미생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202102269058001[1].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환경보호의 희망, 미생물")
비닐 역시 1872년 독일에서 처음 합성되었지만 1926년 미국에서 가소제를 첨가하면서 지금처럼 부드러운 형태로 개발되어 널리 사용됐다.
그런데 2016년 일본 교토섬유대학에서 플라스틱의 일종인 페트(PET)를 분해하는 박테리아를 처음 발견하면서 환경보호의 희망이 새로 생겨났다. 연구팀은 주로 탄소로 이뤄진 플라스틱을 먹이로 하는 미생물을 찾고자 했다. 그 결과 페트병을 30도의 온도에서 6주 만에 분해시키는 미생물을 발견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 후 2022년에는 텍사스대학 연구팀이 50도의 온도에서 불과 며칠 만에 페트병을 분해하는 더 효율적인 미생물을 발견했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환경보호의 희망, 미생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202102269058001[2].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환경보호의 희망, 미생물")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카비오스라는 회사가 2021년 시범 공장을 설립했다. 그러나 아직은 비용의 문제가 있어서 기술이 좀더 발달하여 생산 비용이 낮아지거나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한계는 있다.
그리고 '스핑고모나스'라고 하는 박테리아는 암석에 산성 물질을 분비하여 리튬이나 네오니듐, 세륨 같은 희토류를 뽑아낸다. 심지어 금이나 구리도 미생물을 통해 추출할 수 있다. 따라서 화학약품 등의 오염없이 채굴이 가능하다. 또한 이들 박테리아는 우주 정거장이나 화성에서도 정상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확인되어 앞으로 우주 개발에도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미생물을 발견하는 것을 넘어선 연구도 있다. 1980년대 말 미국의 생물학자 에릭 랜더는 스페인 해변가에서 강한 염분에 잘 견디는 박테리아의 DNA에서 독특하게 반복되는 염기 서열을 발견하고 '크리스퍼'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 DNA가 바이러스 공격에 대응하는 면역체계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혔다.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으면 바이러스 유전자의 일부를 잘라 자기 유전자에 편입시킨 다음 나중에 같은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편입시켰던 DNA와 같은 유전자를 찾아 공격하게 된다.
그런데 기존의 유전자에 다른 유전자를 편입시키는 과정이 비교적 간단했다. 따라서 실험실에서도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시도하여 드디어 2013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후 이를 적용하는 범위도 동식물에게까지 확대됐는데, 이 기술을 '유전자 가위' 혹은 '크리스퍼 기술'이라고 부른다.2023년에는 에든버러대학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조류인플루엔자에 강한 닭을 만들어냈다고 보고했는데, 2년 동안 관찰한 결과 후유증이 없었다.
그 외에도스티로폼(발포스티렌)도 2015년 딱정벌레의 일종인 갈색거저리의 애벌레인 밀웜(mealworm)이 먹어서 소화시키는 것이 발견됐다. 그 후 아메리칸왕거저리의 애벌레가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발견됐는데, 애벌레에 항생제를 먹이면 효능이 없어졌다. 즉 스티로폼을 분해시키는 장내 미생물들이 항생제로 인해 죽어서 효과가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인 장내 미생물을 찾는 노력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2017년에는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인 왁스웜이 비닐 봉지를 먹어서 분해하는 것이 관찰됐는데 역시 장내 세균의 작용이었다.
멀지 않은 장래에는 거대한 미생물 배양기에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박테리아 혹은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효소와 함께 넣은 다음 분해시켜 유용한 성분을 추출하는 '순환 경제의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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