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슬리포노믹스' 시장에 주목하며 꿀잠족을 겨냥하고 있다. 슬리포노믹스는 숙면을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문화를 의미한다.
최근 메가박스는 단돈 1000원만 내면 영화관에서 리클라이너 좌석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2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낮잠 마케팅'을 선보였다. 리클라이너 좌석은 등받이나 발 받침대를 원하는 각도로 조절할 수 있고, 좌석 간격도 일반 좌석에 비해 넓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헬스케어 기술기업 필립스코리아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다수가 수면이 신체건강(86.5%)과 정신건강(84.6%)에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지만,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은 6.4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에 만족하는 비율은 29.5%에 그쳤다. 또한 68.6%가 불면증(29.3%)이나 코골이(24.7%), 수면무호흡증(9.4%) 등의 증상으로 수면에 방해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숙면을 원하는 국민들의 수요를 감안해 기업들은 관련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필립스코리아는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국 수면 시장 공략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혜윤 국제성모병원 수면의학연구소장(교수)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18년 4만5067명에서 2023년 15만3802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며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스트레스 상승 등이 나타나고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 건강 관련 증상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골이 증상자의 47.9%는 치료를 시도해본 적이 없고, 시도하더라도 코세척 같은 소극적 방법 위주였다"며 "하지만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 초기 증상으로,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생활 습관 개선과 같은 소극적 방법으로 근본적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표준 치료법인 양압기 사용 등 적극적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필립스코리아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양압기의 장점과 사용법 등에 대해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자동으로 압력을 조절해주는 알고리즘을 탑재하고 있어 안정적이고 편안한 수면을 돕는 양압기 '드림스테이션'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가구업계도 슬리포노믹스 전략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프리미엄 매트리스 라인업인 로얄에이스와 호텔형 침대 프레임 등 제품 고급화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로얄에이스를 포함한 최고급형 매트리스의 매출 비중이 4.2%로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슬리포노믹스 시장에서 그동안 의료기기 기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이 이뤄졌으나 향후 이종분야 기업 진출과 기업 간 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최근 '슬리포노믹스' 시장이 주목을 받으며 기업들이 꿀잠족 겨냥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메가박스의 '낮잠 마케팅'.
필립스코리아가 12일 서울 중구 웨스티 조선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국민 수면 습관 및 수면무호흡증에 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필립스코리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