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 세계 32개국 42개 주요 증시 지수의 올해 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러시아 RTSI지수가 29.86%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면전을 벌이며 반토막났던 RTSI 지수는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종전 가능성이 확대되며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1800까지 올랐던 지수가 전쟁 이후 750선까지 후퇴했던 만큼, 종전 기대감에 빠르게 밸류에이션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수 상승률 2위를 기록한 폴란드 WIG20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영향으로 보인다.
이들 두 나라를 제외하면 홍콩 항셍지수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에만 16.65% 상승하며 23400선까지 치솟았다. 지난 1월까지도 홍콩 항셍지수는 18000선에 머물렀다.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 빅테크 종목이 주도하던 뉴욕의 상승 랠 리가 멈춘 뒤 중국의 기술주가 주목받으며 상승세를 이어받았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글로벌 자금은 미국 증시로 쏠리고 있지만, 가격 부담과 정책 리스크 등을 우려하는 일부가 대안을 선택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중국 증시의 부양책은 한계가 명확했지만 '딥시크' 사태 이후 중국 기술주의 경쟁력이 크게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이 중국 기술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미국 빅테크의 기술적 해자에 대한 반발로 평가했다. 딥시크뿐 아니라 알리바바, 바이두 등이 자체 모델을 내놓으면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적게 쓰고도 효율화를 통해 인공지능(AI) 구현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투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술주가 모인 항셍지수의 상승세와 반대로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수익률 최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작년 말까지 최근 5년간 150% 이상 상승하며 수익률 최상위권에 위치했던 나스닥은 올해 10% 가까이 떨어지며 태국 SET지수(-16.60%) 다음으로 수익률이 가장 나쁜 지수에 이름을 올렸다.
나스닥뿐 아니라 미국의 성장주를 모아 놨다는 러셀2000도 9.35% 하락하며 밑에서 3번째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대형주 중심 S&P500(-5.26%·42개 중 35위)과 '블루칩' 다우지수(-2.61%·32위)도 하위권에 자리하며 최근 2년여간 이어졌던 '미국만 성장'이 멈췄다.
미국 증시의 변동성을 나타내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VIX가 최근 1개월 동안에만 77% 이상 상승하며 뉴욕증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조정세가 아닌 주도종목의 전환이나 '버블'의 붕괴로 평가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에 집중됐던 자금이 유럽과 중국 등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오스트리아 ATX지수, 독일 DAX지수, 스페인 IBEX지수, 이탈리아 FTSE MIB 지수 등이 연간 지수 상승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 증시가 일본의 통화정책 리스크 반사이익으로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에 대한 관심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대표 지수인 닛케이는 올해만 8% 가까이 떨어지며 미국 다음으로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또 홍콩 항셍지수의 상승에 이어 중국 본토 종목을 중심으로 한 지수의 상승을 예상하기도 했다.
홍콩 상장지수펀드(ETF) 전문 운용사 CSOP의 이제충 상무는 "딥시크 호재에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 정책 효과로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가 제조와 금융 업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홍콩 항셍지수가 중국 증시 지수의 선행지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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