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BA, USTR에 개방요구 의견
무역장벽 보고서 지속 문제 제기
한우협회, '집단 행동' 강력 반발
"美도 민감한 사안 인지, 협상용"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서 금기시 되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개방 카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가 11일(현지시간)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관행과 관련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월령 제한이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라는 것을 알지만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슈"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언급은 아직 없지만, 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달 2일로 예고한 상호관세의 사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축산·유통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공식적으로 30개월 이상 수입 개방을 요구한다면, 유해성 여부를 떠나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파동 못잖은 국론 분열과 사회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 당시 30개월 이상 사육된 광우병 걸린 미국산 소고기 일부 부위에서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벨트-야콥병(vCJD)'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주최측 추산 7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고,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마무리됐다.
미국 소고기협회는 미국은 광우병과 관련해 가장 엄격한 기준과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면서 "연령 제한 철폐와 양국 간 과학에 기반을 둔 교역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도 30개월 이상 소고기 금지를 우선하여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았으며, 이밖에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입한 소고기를 도축해 수출하는 것에 대한 한국의 검역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
이는 USTR이 작년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도 언급된 사안으로, NTE는 30개월 미만 월령 제한과 일부 가공육 수입 금지가 16년째 유지되고 있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은 강조해 왔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업계는 곧바로 집단행동까지 시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한우협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가 30개 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을 요구하더라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만약 국회와 정부가 30개 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강행한다면 협회는 이를 막기 위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우협회는 또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확대되면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소고기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산 소고기의 올해 관세율은 2.6%이지만 지난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에 적용돼 왔던 관세는 내년에 없어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와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요청은 없었다며,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축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살핀다는 방침이다.
한국이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가 장기간 협상 끝에 2008년에 합의한 내용이다. 이후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은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액은 22억4300만달러(약 3조2500억원)로 30개월 월령 제한이 도입된 2008년(1억9700만달러)보다 104배나 늘었다. 한국은 2021년부터 4년 연속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는 물론 현지 업계에서도 해당 사안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알고 있는 만큼, 이를 관철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557억달러(약 80조원)로 사상 최대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 민감성이 큰 문제"라며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파동 당시와는 달리 시장이 열려있고 상품성도 높지 않아 경제적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이를 알고 있는 만큼 이를 협상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높고,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해 통상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주희 무협 통상지원센터 연구원은 "소고기 월령 제한 등은 NTE에 꾸준히 언급됐던 내용"이라며 "이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이 더욱 확산될 수 있어 이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획] 美, 韓 금기 `소고기수입` 카드 만지작](//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302100132064001[1].jpg "[기획] 美, 韓 금기 `소고기수입`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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