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과 유사한 로봇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구글이 로봇을 위한 새로운 AI 모델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연구를 재개했다.
구글의 AI 연구 조직인 딥마인드는 12일(현지시간) 자사의 주력 AI 모델인 제미나이 2.0을 기반으로 한 로봇 전용 AI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Gemini Robotics)'와 '제미나이 로보틱스-ER(Gemini Robotics-ER)'을 발표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는 보다 정교하고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을 지원하는 모델이며, 제미나이 로보틱스-ER은 공간에 대한 이해 능력을 강화해 로봇 제조업체들이 제미나이의 추론 기능을 활용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글 딥마인드의 엔지니어 카니슈카 라오는 제미나이 모델을 로봇에 적용함으로써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로봇(general purpose robotics)'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며, "우리의 세계는 매우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며 다양한 환경이 존재하는데, 범용 로봇은 이러한 혼란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시연 영상에서는 구글이 개발한 AI 기반 로봇들이 다양한 명령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로봇은 앞에 놓인 알파벳 블록을 이용해 단어를 만들거나, 가방의 지퍼를 닫고 점심 도시락을 가방에 넣는 등의 작업을 수행했다. 특히 실험실에 설치된 작은 장난감 농구 코트에서 로봇이 덩크슛을 성공적으로 해내 연구진을 놀라게 했다. 이 로봇은 농구에 대해 학습한 적이 전혀 없었지만, 제미나이 AI 모델을 활용해 농구 골대의 구조와 '덩크슛'의 개념을 이해한 후 실제로 공을 잡아 골대에 넣었다.
카니슈카 라오는 "로봇이 농구공으로 덩크슛을 하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팀원들이 매우 흥분했다"며, "이 로봇은 인간처럼 직접 농구를 배운 것이 아니라, AI 모델을 통해 공간과 동작을 학습하고 이를 물리적 환경에서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이 다시 로봇 개발에 뛰어든 것은 AI와 로봇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장에 배치할 예정이며,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와 오픈AI도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도 과거 로봇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바 있다. 2013년 4족 보행 로봇으로 유명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지만, 4년 뒤 소프트뱅크에 매각했으며, 이후 로봇 개발 조직은 구글X로 통합됐다. 2021년에는 쓰레기 분류 같은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개발했지만, 2023년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관련 부서가 해체됐다. 당시 구글은 로봇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은 아니며, 이후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연구를 재개했다.
현재 구글은 로봇 연구가 초기 탐구 단계에 있으며, 제미나이 AI 모델이 물리적 환경에서의 안전성을 고려해 개발됐다고 밝혔다. 또한 로봇 기업 앱트로닉(Apptronik)과 협력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며, 이를 포함한 여러 기업과 함께 제미나이의 로봇 기능을 시험할 계획이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