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 유동화 전기단기사채(ABSTB)를 판 금융사에 대한 검사를 착수한다. 검사 과정에서 금융사들의 과실이 적발되거나, 불완전판매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인될 경우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 최소 범위에서 검사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신영증권을 통해 발행된 홈플러스 관련 ABSTB는 4019억원에 달하며 이 중 리테일(소매)로 판매된 금액은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에 홈플러스 ABSTB 개인 투자자들은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ABSTB는 금융채권으로 분류돼 왔으나, 홈플러스 ABSTB는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카드사들이 빠른 정산을 위해 홈플러스의 카드대금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삼아 만든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ABSTB가 금융채권 또는 상거래채권 분류 여부를 따지기 전에 우선 판매 규모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짚었다. 금감원은 이번주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개인에게 판매한 홈플러스 관련 기업어음(CP), 회사채, ABSTB 등 금융상품 판매액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홈플러스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며 카드대금채권 기초 리테일 채권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 위기에 처하자 1차적으로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원장은 "(홈플러스 카드대금 채권을 유동화한) 전단채 판매 문제나 리테일로 팔린 부분 등에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 수집을 이미 진행 중"이라면서 "이번주 중으로 계획을 짜서 금융위에 보고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원장은 검사 자체를 최소화해 홈플러스 운영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그는 "법원 절차로 들어간 홈플러스가 심리적 쏠림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안 돼 생기는 부작용을 가장 중점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와 관련한 이해관계자, 홈플러스를 포함한 여러 관계자와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를 들어 홈플러스 거래 대상이 되는 3500개 거래업체 명단과 거래내역, 미지급 내역 등을 확보해 정부에서 필요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밑자료를 준비해놓은 상태"라며 "산업부나 중기부에서 일시적인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고 알렸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