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전 헌정사 통틀어 21회 뿐
거야, 2년여간 29회 시도… 8건 기각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위험성 보여줘
대통령, 대항권으로 의회해산권 필요
윤석열 정부 들어 압도적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줄탄핵이 줄기각되고 있다.
최근 2년여간 민주당은 총 29회의 탄핵을 시도했다. 이 중 13건을 가결시켰고, 현재까지 헌재가 결론을 내놓은 8건 모두 기각됐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8전8패다. 남아 있는 사건도 인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운 거대 야당 민주당의 줄탄핵은 헌정사에 유래가 없었다.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2023년 이전까지 헌정사 통틀어 탄핵은 21건에 불과했다. 국회가 헌법상 권한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쓴 저자들은 "민주주의 생존에 중요한 두 번째 규범은 우리가 '제도적 자제'라 부르는 개념이다. '자제'란 '지속적인 자기통제, 절제와 인내', 혹은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를 뜻한다. 또한 법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자세를 말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숱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입법폭주·줄탄핵·마구잡이 예산 삭감을 통해 '절제하지 않는 권력'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이에 맞서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절제하지 못한 권력'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이제 관심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종 의견 진술에서는 "거대 야당의 공직자 줄탄핵은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차원을 넘어 헌정질서 붕괴로 치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거대 야당의 입법폭주와 줄탄핵으로 대한민국 국정은 마비됐다. 대한민국은 좌표를 잃어버리고 표류했다. 헌재가 민주당의 줄탄핵을 줄기각한 것은 윤 대통령의 항변이 일리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비상계엄선포 요건에 해당할 정도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헌재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헌재의 이번 줄기각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의 줄탄핵이 줄기각 당하는 현실이 보여주고 있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제왕적 국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
19세기의 영국 역사가 달버그 액턴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고 말했다. 권력을 절제하지 않고 마구 휘두르는 것 또한 부패한 권력이다. 수많은 철학자들은 권력이 고귀한 인격자도 망가뜨릴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 산물이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론이다.
민주당의 줄탄핵과 헌재의 줄기각은 삼권분립이 붕괴된 상흔이다. 우리 헌법상 국회는 대통령과 정부 각료를 마구잡이로 탄핵할 수 있고, 나아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조치는 '거대 야당의 제왕적 입법권력'에 대항 수단이 없었던 '무력한 대통령', '식물 대통령'의 적나라한 실체를 증명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대등한 무기를 주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치 선진국의 사례처럼 의회가 정부 각료를 해임할 수 있으면, 대통령에게는 의회를 해산할 권한을 주어야 한다. 탄핵과 의회해산이라는 충돌 상황은 대선과 총선 재실시를 전제로 한다. 의회와 대통령 모두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모두 내놓고 싸워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인들 스스로 권력을 절제하지 못한다면, 제도와 시스템으로 절제를 강제해야 한다.
줄탄핵 끝은 대한민국 국정 마비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도 잃어버렸다. 줄탄핵의 그 끝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권순욱 칼럼] 줄탄핵의 끝](//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402100158056001[1].jpg "[권순욱 칼럼] 줄탄핵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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