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헌재 판결 불복` 정치인 경계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702102269061003[1].jpg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헌재 판결 불복` 정치인 경계해야")
지난 90여 일간 국민 여론이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로 양분되면서 헌재의 판결은 정권 연장이냐, 정권 교체냐의 물음 수준을 넘어섰다. 벌써부터 탄핵 결과에 대한 섣부른 예단과 함께 불복, 반대 시위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길거리 시위대에 영합하는 발언을 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이제 헌재 판결 이후 국민 갈등을 걱정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만약 헌재가 탄핵을 기각 또는 각하한다면 윤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로 멈칫했던 국정과제 이행과 평소 생각했던 정치개혁 등에 한층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윤 대통령의 복귀를 마뜩찮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윤석열 탄핵기각은 언제든지 대통령 마음대로 계엄을 선포해도 되고 대통령을 비판하면 누구든 체포해 살해해도 된다는 면허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논객으로 알려진 조갑제씨도 "탄핵기각은 수시 계엄의 면허증"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한 TV방송에 출연, 탄핵이 인용되지 않으면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대거 나와서 혼란이 생긴다고 말하면서, 비상계엄이 또 선포되고 결국 내전에 이를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라디오 인터뷰에선 "탄핵이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할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국회의원이 탄핵심판 결과에 수긍하지 않겠다는 자세도 문제이지만 최악의 상황을 공개적으로 상상하는 것도 잘못되었다.
반면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다. 그러나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 제외, 공수처의 수사권 논란, 헌재 일부 재판관의 편향성과 맞물려 벌써부터 저항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국민저항권은 헌법 위의 권위가 있다"며 불복할 속내를 내보이고 있다. 헌재 판결에 분노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온다면 내전에 준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석동현 변호사). 홍준표 대구시장은 "탄핵이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무서운 것은 최근 헌재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헌재의 판단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헌재에 대한 신뢰는 52%, 불신은 38%에 달한다. 지난 1월 조사보다 신뢰도는 5%포인트 하락했고, 불신도는 7%로 높아졌다. 탄핵심판 과정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헌재 심리가 편파적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탄핵심판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자는 54%,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42%에 이르렀다. 헌재 결정에 따른 국민 갈등으로 인해서 자칫 유혈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선고 결과 불복을 정당화하려는 정치권 내부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한 발언 뒤에는 상대를 악마화하면서 내부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소영웅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포와 국회의 탄핵 소추 등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목소리는 국민 의견 표출이라는 점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표출된 의견은 헌재 재판관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무력시위나 충돌은 엄격히 경계해야 한다.
헌재 선고는 모든 국민들이 광장에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임을 알린다. 비록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존중되어야 한다. 헌재 결정 이후에는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국민들을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헌재 결정을 존중하자고 지지자들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은 여·야 모두 탄핵결과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와 용기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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