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건식 양극 `보안구역` 깬 LG엔솔…이준석에 최초 공개한 이유는

입력: 2025-03-18 05:39 박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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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외부에 최초로 '건식 양극' 개발 현장을 공개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건식 전극 중에서도 건식 양극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고, 상용화되면 어떤 변화가 기대되나요?"

LG에너지솔루션이 외부에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차세대 배터리 핵심기술인 '건식 양극'을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게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이 기술은 내부에서도 소수만 접근 가능한 보안 구역으로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의원 측에서 먼저 LG에너지솔루션에 의례적인 기술이 아닌 핵심 기술을 설명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 요청에 고심하다 대전 기술연구소에서 치열하게 연구개발 중인 건식 양극 공정을 선택해 보여줬습니다.

수많은 연구개발 기술 중 전식 양극을 선택해 보여준 것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자 정책적 이해가 절실한 영역이라는 판단에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건식 양극 기술은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이 개발하기 위해 앞다퉈 달려들고 있는 차세대 핵심 기술입니다.

건식 전극 기술은 배터리 전극을 제조할 때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건식 방식으로 전극층을 형성하는 공정입니다. 기존의 습식 공정은 활물질과 바인더, 도전재에 용매를 풀어 반죽을 만든 뒤 이를 금속 호일에 코팅하고 건조와 용매 회수 등의 후속공정까지 거쳐야 합니다.

반면 건식 공정은 가루 상태의 소재를 압착하거나 분사해 바로 전극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공정 자체가 단순하고 에너지 소모가 적습니다.

이 건식 공정 가운데서도 건식 양극이 가장 구현이 어려운 영업으로 꼽힙니다. 양극은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의 산화물 복합체로 구성되며 입자 간 균일한 분산과 전기적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술적 관건입니다.

현재 양극 공정의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없습니다. 양극 재료는 복잡한 산화물 계열이고 건식 공정에선 고르게 코팅하는 게 매우 어려워 기존 기술로는 양극의 복합 특성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정 자체가 달라 전용 장비도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수율 확보도 난제입니다. 스케일업 과정에서도 장비 개발과 품질 안정성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면서 실증 생산과 양산 전환까지 기술적 허들이 큽니다.

테슬라도 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2019년 인수한 맥스웰 테크놀로지맥스웰을 기반으로 건식에 진척을 보였지만 2년 만에 매각한 후 자체 개발하는 상황입니다. 내년까지 건식 양극을 적용한 4680 배터리를 도입한다는 목표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막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 현재 실험실 수준의 연구개발에서 나아가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건식 전극 공정의 파일럿 라인을 가동할 계획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만 되면 공정 혁신과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로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기존 습식 방식에서 필수적이었던 대규모 건조설비, 용매 회수장치, 설비 유지비 등이 생략되면서 필요 장비의 수와 공장 면적, 투자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양극은 배터리 생산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 중 하나입니다. 양극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원가의 약 30~5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식 공정이 정착되면 전체 생산단가가 획기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동시에 건식 양극은 에너지 밀도 향상을 통한 전지 성능 개선이 가능합니다. 건식 공정은 전극 구조를 정밀하게 압축하고 설계할 수 있어 같은 부피에 더 많은 활물질을 담을 수 있습니다.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에서 주행거리가 개선되는 것입니다.

이날 현장에는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직접 응대에 나섰습니다. 일반적으로 국회의원이나 정치권 인사의 기업 방문 시에는 홍보팀이나 대외협력팀에서 응대하면서 의례적인 설명으로 마무리됩니다.

김 CTO는 전면에 나서 건식 양극 공정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자 국내 배터리 산업의 향후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기술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건식 양극 기술 개발에 실질적으로 진심임을 보여준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는 기술 개발에 대한 전략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시화됐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파일럿을 구축한다는 건 최소한 공정 구현에 대한 감이 잡혔다는 뜻"이라며 "이제는 본격적인 양산 검증과 효율성 개선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을 둘러본 후 간담회에서 정치권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도 잊지 않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달라'는 방식이 아니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어음 할인 형태로 유동화할 수 있는 방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업은 확보한 재원으로 연구개발 등에 재투자가 가능하고 이는 곧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차세대 게임 체인저 기술로 불리는 건식 전극 공정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도 건식 전극 공정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고객가치를 높이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 성장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