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영구집권 시도', '살해 위협' 등 각종 자극적인 단어를 늘어놓으면서 공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지층의 세 결집을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지만, 지나친 갈등과 위기조장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극우 세력', '폭력 선동' 등 지지층이 위협적으로 느낄만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박 원내대표는 "극우세력의 폭력 선동이 극에 달했고 국민의힘의 헌법재판소 겁박도 도를 넘어, 이대로는 우리 사회가 극한 대결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비상시국 범국민대회'에서는 "윤석열이 계엄에 성공했다면 이재명, 박찬대, 우원식, 김민석, 조국, 정청래 같은 야당 정치인들은 독살에 폭사, 수장되고 국회는 해산됐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탄핵 기각은 대통령 마음대로 계엄 선포해도 괜찮고, 대통령을 비판하면 누구든 체포해서 살해해도 괜찮다는 면허를 주는 것"이라며 "테러가 난무하는 후진 독재 국가로 가는 지름길, 대한민국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공포심을 조장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9일에는 "비상계엄이 영구 집권 획책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라는 사실도 분명하다"는 주장도 했다.
민주당의 이런 행보는 지지층의 세 결집을 견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윤 대통령이 계엄에 성공했을 경우 등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해 지지층이 민주당 외에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이야기다. 최근 이 대표가 살해위협을 받고 있다며 신변 보호를 요청, 한동안 공개 일정을 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최근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이 대표 이미지를 온건화하기 위해 '역할분담' 움직임도 감지된다. 박 원내대표가 먼저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고, 뒤이어 이 대표는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내보내 중도층에 어필하는 방식이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달 페이스북에서는 박 원내대표와 비슷한 화법을 사용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는 "계엄이 시행됐다면 납치·고문·살해가 일상인 '코리안 킬링필드'가 열렸을 것"이라며 "계엄군의 무력 진압이 5월 광주처럼 번져 대한민국 전역이 피바다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에는 "눈 밖에 난 모든 이들을 집단 학살하려 했던 윤석열 파시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속세' 등의 의제를 띄우거나 신변보호를 이유로 공개일정을 비우고 한동안 침묵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각계 긴급시국선언 집회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