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눈치 보기 작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 선고가 늦어지며 의원들 사이에서는 기각·각하 기대감이 커지지만 당 지도부는 표정 관리를 하며 인용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당 '투 톱'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17일에도 '헌법재판소 선고 승복' 메시지를 발신하고 더불어민주당에 같은 입장을 낼 것을 촉구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의 폭주는 돌아보지 않고 대통령을 파면하라며 국민을 선동하고 헌재를 압박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며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동도 하는데 이런 자세를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에 작금의 국가적 혼란을 멈추려면 정치권의 탄핵 심판 선고에 제대로 승복해야 한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지금까지 8전 8패 탄핵 선고 결과에 대해서조차 승복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며 "헌재의 판결은 단심제로 당연히 승복할 수밖에 없고 승복해야만 하는데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선고에 대해 과연 승복할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 지도부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내는 건 선고 일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린 전략적인 판단이다. 현재 기각·각하 가능성에 고무된 여당 일부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24시간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별개로 탄핵 각하를 촉구하며 헌법재판소를 한 바퀴 도는 길 걷기 퍼포먼스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인용할 수도 있는 만큼 조기대선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서 당 지도부는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신중한 접근법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당 지도부 역시 겉으로 선을 긋는 것과 달리 속으로는 이전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자신감을 얻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권 원내대표도 그렇고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절차적인 여러 가지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과연 탄핵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냐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당 지도부가 최근 헌법재판소 선고 승복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여당 내에서는 지도부가 탄핵심판 선고 결과와 무관하게 수습이 가능한 방향으로 스탠스를 잘 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날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 주요 당직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며 내부 결속도 다졌다. 권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당이 똘똘 뭉쳐서 우리가 반드시 뭐든지 승리할 수 있도록 권 원내대표와 당직자들이 나름대로 전략을 세우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조금 의아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지도부를 믿고 잘 따라와 달라"고 당부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 주요당직자 연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