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논설실장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복합위기의 해법 `혁신 거버넌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802102269058001[1].jpg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복합위기의 해법 `혁신 거버넌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2025 글로벌 리스크·트렌드 전망에 대한 시사점'을 통해 '트럼프 2.0' 시대를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축소' 및 '복합위기 전개와 양극화의 확대'로 요약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복합위기와 축적된 사회문제의 결합이 만들어낼 비극적 전망이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자유주의 질서의 불안정으로 복합위기가 취약국가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도 예상했다.
STEPI는 △지정학 △사회구조 △기술혁신 △기후변화 등 4가지 분야의 리스크 요인과 함께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지정학적 측면에선 강대국의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 교란, 무력 분쟁 위험 등 '분열과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 리스크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에 내재된 다양한 동맹국 압박 카드는 혁신기술과 기업 이슈를 첨예화시킬 것이다.
미국의 화살을 어디로 향하게 하느냐를 놓고 일본, 대만, 한국 사이에 소모적 경쟁도 우려된다. 미국이 발을 빼면서 글로벌 사우스(지구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제3세계 개발도상국)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사우스 내 한국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호혜성 또는 경제협력 이상으로 글로벌 사우스 개발협력의 전략방향 재설정이 요구된다.
인지전 등 새로운 전쟁 양상에서 우리의 사이버 안보 역량과 체계의 업그레이드도 시급하다. 허위조작 정보는 가짜뉴스, 보이스피싱, 미디어 편향성 정도의 정책 관심사를 넘어 사이버 상의 공격, 테러, 스파이를 포함하는 사이버안보 이슈로 확장 중이다.
사회구조에서는 세계적인 고령화, 양극화 및 민주주의 위기에 따른 사회적 불안 증폭이 예상된다. 기술 선진국일수록 노동시장 불일치가 심화하고, 고령사회인 한국도 교육·훈련·노동 시스템 전환이 시급하다. 이민·외국인 노동자 공급, 노동시간 조정, 정년연장 등의 대안을 넘어 국가의 교육·훈련·노동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만 등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음에 따라 기존의 분배방법론 중심의 접근을 넘어 국민에 안정을 제공하는 정책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복합위기의 해법 `혁신 거버넌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802102269058001[2].jpg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복합위기의 해법 `혁신 거버넌스`")
기술혁신에선 디지털 전환 대중화와 혁신기술 확산으로, 기술에 대한 '열정과 걱정'이 공존한다. AI와 디지털 전환의 전산업적 확산 및 대중화로, 기술개발과 격차완화의 정책시각 균형이 필요하다. AI 확산으로 산업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급격히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위험에 대한 논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AI의 산업적 응용에 집중하고, 파생하는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정책 시각의 교정이 필요하다. 질병치료, 신에너지, 우주개발 등 파괴적 혁신 경쟁 심화로, 동맹체인에서 우리의 적정 역할을 찾아야 한다. 국내 R&D(연구개발)에서는 핵심지식과 노하우의 내재화 및 인재양성과 역량강화 전략에 집중하되 대외적으로는 우방국과 기술동맹 체인에서 한국의 R&D 및 공급망 역할 설정과 확보, 기술동맹의 결속 형성·유지관리, 신기술동맹 개척 전략이 중요하다.
기후변화에선 경제손실 및 사회갈등 문제로 확장된 기후환경 이슈가 예상된다. 극단적 이상기후, 미세 플라스틱, 오염된 공기 등은 경제와 사회 및 삶과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인플레이션, 에너지·공급망 및 무역·투자 위험 유발 등 악순환적인 경제사회 변화를 강화할 것이다. 또 기후변화에 의한 빈곤과 격차 문제의 확산, 국제협력 불투명 대비 과학기술 기대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STEPI는 이런 리스크를 극복하려면 정부의 문제 중심 '롤링플랜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롤링플랜(Rolling Plan)은 불확실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목표와 전략을 기간별로 수정하는 방식을 뜻한다.국내 정책기획은 대부분 글로벌 이슈나 구조적 문제를 나열하는 데 그치고 문제 자체를 겨냥해 정책자원을 재조합하거나 정책기획을 혁신하려는 시도는 부족하다. 공급망 위기관리, 탄소중립, 저출생 고령사회, AI 디지털 전환 등 국가 차원의 종합적 대응이 필요한 문제의 경우, 범부처형 정책기획이 실질적 집행력을 확보하도록 중장기 '롤링플랜'으로 기획혁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초대형 문제나 복합위기 대응에 유능한 상위목표(임무)중심의 '일관·조정형' 국정운영 체계를 개발하는 한편, 최상위 국정과제 추진조직이나 범부처 임무조직에 두가지 신규 역할을 부여하고 강력한 권한을 제공해 정책 일관성과 조정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홍성주 STEPI 선임연구위원은 "상위기구 중첩으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과 행정체계 복잡화에 따른 정보전달 왜곡, 정책자원 경쟁 과열 등이 복합위기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어렵게 한다"며 "신속유연한 대응력을 위한 '혁신 거버넌스'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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